[MWC 2014]ⓛ 뛰는 통신사 위에 나는 메신저

정선미 기자 smjung10@chosun.com

매년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모바일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한눈에 보여준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최하는 MWC는 한때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회사,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잔치였지만, 최근엔 모바일과 융합한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선보이는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4년 MWC는 스마트폰이 무대 중심에서 서서히 퇴장을 준비하는 대신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이 본선 무대에 오를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는 매년 MWC 현장에 등장한 기술과 제품 트렌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고급 리포트를 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리포트는 전체 숲의 모양을 보여주면서, 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혁신의 씨앗을 놓치지 않는 리포트를 지향한다.[편집자 주]

2014년 MWC는 모바일 세력 재편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수익을 빼앗는 이동통신사의 ‘공적(公敵)’ 모바일 메신저가 이제는 배워야 할 스승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동통신업체는 OTT(over the top) 사업자에 ‘완패’를 선언했다.

이번 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조 연설자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였다.

저커버그의 기조연설은 같은 시간 개최된 ‘삼성 갤럭시 S5 언팩행사’를 포기하고 저커버그를 선택한 1만8000명의 참관객이 몰려 성황리에 진행됐다.

저커버그의 연설이 이처럼 화제가 된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 인수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MWC가 열리기 직전인 2월 19일 직원 수가 55명에 불과한 왓츠앱을 190억달러(약 20조23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190억달러는 역대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높은 인수가격이다.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을 때 지불한 금액도 이보다 적은 120억달러였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MWC 2014 기조연설 현장 모습/바르셀로나=정선미 기자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MWC 2014 기조연설 현장 모습/바르셀로나=정선미 기자

저커버그뿐 아니라 왓츠앱의 얀 코움 CEO와 ‘카카오톡’를 운영하는 카카오 이석우 대표도 기조연설자로 초대받았다. MWC의 주최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이다. 통신사와 통신장비회사, 휴대폰 제조사들의 안방 잔치인 MWC에서 인터넷 기업이 이동통신업체의 적(敵)이 아닌 파트너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얀 코움 왓츠앱 CEO는 저커버그와 같은 날 가진 기조연설에서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전 세계를 더 연결하자는 미션을 공동으로 수행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는 2분기에 음성통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애플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먼저 서비스하고 나서 윈도폰과 블랙베리 스마트폰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성통화 수익까지 넘보겠다는 야심으로 해석된다. 왓츠앱은 첫 1년간은 무료지만 다음해부터 연간 0.99달러를 내야 하는 유료 서비스다.

카카오 이석우 대표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으로 축의금, 조의금 등 각종 경조사비를 보낼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그는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경조사비까지 보내면 편리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예비 버전을 만들었다”며 “시중은행과 서비스 시작시점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얻게 된다. 이러한 카카오 금융서비스는 빠르면 2014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 역대 MWC 주요 기조연설자 명단

▲ 역대 MWC 주요 기조연설자 명단

사실 세계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갉아먹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의 성장을 그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년 전만 해도 통신사는 통신망에 무임승차해서 수익을 내는 메신저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 사업자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대책까지 세웠다.

2년 전 ‘MWC 2012’에 참석한 세계 통신사들의 주요 이슈는 ‘통신망의 데이터 전송량 폭증 문제’였다. 통신사들은 회의를 통해 “통신망을 이용해 돈 버는 기업들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인도 최대 통신사 바르티그룹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은 당시 기조연설에서 “지속적인 통신망 투자가 이뤄지려면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통신망을 이용하는 기업이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25일 SK텔레콤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상황인지 플랫폼'을 체험하고 있다. '상황인지 플랫폼'은 스마트폰의 GPS, 카메라, 센서 등을 활용해 이용자의 상황을 추측하는 기술이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25일 SK텔레콤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상황인지 플랫폼’을 체험하고 있다. ‘상황인지 플랫폼’은 스마트폰의 GPS, 카메라, 센서 등을 활용해 이용자의 상황을 추측하는 기술이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세계 통신사들은 카카오톡, 왓츠앱 같은 인터넷 업체의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Rich Communication Suite)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통신사나 국적과 상관없이 문자, 채팅, 실시간 파일공유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름은 ‘조인(joyn)’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해 말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조인을 야심 차게 출시했다.

그러나 조인은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912명 중 조인을 1순위로 사용하는 비율은 0.1%에 불과했다. 반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비율은 90.9%에 달했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메신저 업체와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메신저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사람들이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하고, 이로 인해 모바일 생태계가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적에서 공존으로의 변화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MWC 2014’ 참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생태계는 통신사 혼자 꾸려갈 수 없고, OTT 등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것이 핵심(key)”이라며 “다만 양측 모두가 이익을 얻는(win-win)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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