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최첨단 현장을 가다] ①1100만원대 ‘푼돈 창업’ 전성시대

 

샌프란시스코·팔로알토 =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dreamshot@chosun.com

[편집자주]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1만달러(약 1170만원) 미만의 돈을 갖고 창업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스타트업(micro startup·소자본 창업회사)’이 대세다. 서버나 스토리지 등을 인터넷에서 값싸게 빌려 쓸 수 있게 된데다 아이폰 등장 이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덕분이다.흥미로운 것은 ‘마이크로 스타트업’이 기업가, 엔젤투자가,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이 얽히고 설킨 거대한 실리콘밸리 생태계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중심도 창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진화하는 창업 문화의 변화를 기획 시리즈 기사로 추적한다.

▲ 마이크로스타트업의 열풍으로 창업 보육 기관이 덩달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14일(현지시각) 찾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창업 보육 기관 로켓스페이스에는 132개 스타트업이 빼곡히 입주해 저마다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콜택시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Uber), 새로운 모바일 게임 강자로 떠오른 카밤도 로켓스페이스에서 탄생했다./류현정 기자

“이쪽으로 오세요. 실리콘밸리 최고 창업 명당 자리를 알려드릴게요.”

 지난달 18일 정성욱 넷킬러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市)에 있는 스탠퍼드대 앞길인 유니버서티 애비뉴(University Ave)로 안내했다. 그는 구글앱스 등 클라우드 기반 문서 관리 도구를 만드는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로 넘어온지 올해로 4년 차다. 정 대표가 안내한 곳은 우스꽝스럽게도 대학 앞 스타벅스였다. 두명씩 세명씩 옹기종기 앉아 노트에 필기하는 사람, 컴퓨터로 같이 자료를 찾아보는 중이었다. 

“여기 마주치는 사람 10명 중 꼭 한두명은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입니다. 어떨 때는 창업준비생으로 커피숍이 넘쳐날 때도 있습니다.”
“말도 마십시요. 페이스북이 거액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아시지요? 인스타그램도 제가 방문했던 회사 중 한 곳이예요. 작년에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정말 작은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 ‘푼돈 창업’ 전성시대

 실리콘밸리에서는 “‘쌈짓돈(pocket money)’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마이크로 창업은 대략 1만달러의 자본으로 출발한 회사를 일컫는다. 자본도 소규모이고 직원수도 적다.  사진을 공유하는 앱을 만든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2012년 4월 페이스북은 직원 수가 12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인 인스타그램을 무려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1년 8월까지도 직원수가 6명이었다. 인원은 적었지만 이 회사는 3000만명이 사용하는 앱을 만들었다(인수당시 기준).  

인스타그램의 드라마틱한 성공은 예외가 아닐까. 비슷한 사례는 넘쳐난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Uber)’가 우리 창업 센터 출신이랍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창업지원센터인 로켓스페이스에 방문했더니, 에릭 브란한(Eryc Branhan) 최고매출담당임원은 센터 출신 스타트업들이 잘 나가고 있다고 싱글벙글이다. 그는 모바일 게임업체 ‘카밤’,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 등 센터를 거친 유명 스타트업들을 쭉 열거했다. 로켓스페이스도 이제 개원 3년 차를 맞이한 신참 창업센터다. 그런데도 이 센터를 거쳐 수천억원의 가치를 만든 기업들이 즐비했다.

 2009년 3월 창업한 우버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작은 팀에 불과했다.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우버 없이는 못산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차량 공유(car sharing)업체가 됐다.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의 대중 철도 ‘바트(Bay Area Rapid Transit)’가 파업에 들어가자 우버가 만든 차량공유 앱을 이용해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으로 넘쳐날 정도였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미국의 유명 디자인스쿨인 로드아일랜드대학 출신이다. 두 사람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호텔은 비싸고 성수기에는 예약도 어렵다. 집에서 남는 방 있으면 빌려주는 숙박 공유 사이트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한번 떠올려봤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곧 대박 아이템이 됐다. 이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 192개국 3만800개 도시의 숙박시설을 공유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과 성공 공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푼돈’밖에 안 되는 소자본 창업의 성공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권경무 KOTRA 실리콘밸리 IT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선 요즘 ‘소기업 신데렐라’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속출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학 앞 유니버서티 애버뉴에 자리잡은 스타벅스 커피숍. 창업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젊은이들로 넘친다/류현정 기자

◆ 요즘 실리콘 밸리 창업의 3대 원동력은 클라우드와 모바일 그리고 코딩

 

10여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하다 귀국, 한메일(hanmail) 서비스를 만든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늘 서버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사용자는 폭증하는 데 서버 한 대를 구매하려면 수천만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게임을 만든 김범수 현 카카오톡 의장은 운영 비용 때문에 당시 벤처캐피탈로부터 100억원대 펀딩을 이끌어낸 네이버컴과 합병을 선택했다. 실리콘밸리 창업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젠 옛날이야기”라고 단언했다.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 구글 앱스(Google Apps), 세일즈포스닷컴, 라디안6(radian6) 등 서버와 스토리지 등을 대출해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보자. AWS는 시간당으로 계산해 비용을 지불하는 데 가장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면 시간당 0.035달러(약 40원)에 불과하다. 한 달 내내 써도 25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만~4만원만 내면 시제품 개발용으로 필요한 서버를 쓸 수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만 저렴해진 게 아니다. 10년 전엔 500만~1000만원씩 주고 사야 했던 소프트웨어 패키지도 이젠 공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된다. 이미 리눅스가 전세계 서버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리누즈 토발즈가 1991년 핀란드 헬싱키 대학 컴퓨터학과 재학시절 개발한 리눅스를 공개한 이후 전 세계에 ‘오픈 소스’ 바람이 거세게 일었는데, 이 혜택을 요즘 창업가들이 고스란히 보는 것이다.

추천 솔루션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레코미오(recomio)의 김태호 창업자는 “프로그래밍이 쉬워진 것도 마이크로스타트업 붐이 일어난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코드 재사용이 너무 쉬워졌다. 수많은 회사가 만든 컴포넌트(component)들을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 현지 개발자를 값싸게 고용하는 등 해외 아웃소싱 개발이 만연해진 것도 비용을 낮춰 누구나 쉽게 창업하는 시대를 연 요인으로 꼽는 사람도 있었다.

때마침 아이폰 등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과 소셜이라는 새로운 기회까지 찾아왔다. 숱한 경제 위기에서도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던 핀란드 노키아의 침몰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부를 거머쥘 수 있는 빈자리가 곳곳에서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개척자 기질이 넘치는 서부 지역에 모바일 혁명은 창업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셜 게임업체 징가, 위치 기반 서비스인 포스퀘어,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Spotify), 지역 정보업체 옐프(Yelp) 등등 수많은 유망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의 한 창업 센터에 위치한 패션 스타트업 ‘스타일유’/류현정 기자

 

◆ 작게 시작하고 안되면 바꿔라…피봇 확산

 마이크로 창업 바람 때문에 창업방법론도 크게 바뀌고 있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심혈을 기울인 제품 개발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제품을 계속 수정하라’ ‘크게 생각하되, 시작은 작게 하라(Think Big Start Small)’식의 방법론이 유행하고 있다. 에릭 리스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제품 개발과 피드백을 통한 제품 수정을 골자로 한 창업 방법론을 ‘린스타트업’이라는 책으로 펴내 세계적 스타가 됐다. 특히, 리스가 린스타트업에서 강조한 ‘피봇(pivot·방향전환)’이란 말은 실리콘밸리의 유행어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박신영 퍼펙트선데이 대표는 “원래는 쇼핑몰로 출발했는데, 커뮤니티 기업으로 피봇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고, 모바일 애널리틱스업체 콘타젠트(Kontagent) 제프 청(Tseng) 대표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만들 때까지 창업 과정에서 숱한 피봇을 했다”고 말했다. ‘피봇’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내려고 하지 말고 최소 요건만 갖춰 제품을 출시한 다음 고객의 반응을 봐가면서 재빠르게 사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 스타트업의 최신 흐름과 특성을 집약한 표현이다.

dreamshot

▲ 류현정 기자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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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briel 8월 25, 2014

    Thanks for the inhtisg. It brings light into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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