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최첨단 현장을 가다] ④끝 PnP,Y컴비네이터 가보니

샌프란시스코·서니베일·마운틴뷰·레드우드시티 =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com

미국에서 유행하는 ‘슈퍼 마이크로 스타트업(최소 자본 창업)’ 열풍은 실리콘밸리 일대에 있는 인큐베이터(incubator) 혹은 액셀러레이터(accelator)라고 불리는 창업지원 센터나 스타트업 육성 기관에 가보면 한층 실감이 난다. 칸막이도 없는 넓은 책상에 서너명씩 옹기종기 둘러앉아 프로그램을 짜거나 각종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스타트업들로 분주한 것이다.

보통 창업 지원 센터는 창업에 관한 자문과 교육,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거나 스타트업들이 작업할 터전을 마련해준다. 유명 보육 기관의 협업공간(co-working facility)에는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다. 지난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서니베일, 마운틴뷰, 레드우드시티,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오가며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창업보육기관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①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한다… 플러그앤플레이의 엑스포 섬머

“우리는 앱을 개발하는 데 최적의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플러그앤플레이(PnP)의 2층 콘퍼런스 룸에 들어서자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플러그앤플레이를 방문한 지난 6월 13일은 마침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 섬머(Expo Summer) 2013’이 열리는 날이었다.

젊은 창업자가 줄잡아 200여명 관중 앞에서 사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편 앞쪽 귀빈 자리엔 벤처캐피탈리스트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주요 내용을 노트에 메모하며 발표를 평가하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면 각종 펀딩도 받고 주요 인맥을 만들어 조언도 얻는다. 플러그앤플레이는 미국 내 최대 인큐베이터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테크센터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은 500개가 넘고 이 중 20~30%는 해외에서 왔다.

▲미국 서니베일에 위치한 플러그앤플레이 센터/사진= 류현정 기자

▲ 플러그앤플레이 센터 입구. 지난 6월 13일은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 2013이 열리는 날이어서 엑스포 참가자들의 접수대로 꾸며져 있었다./사진=류현정 기자

▲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 2013 현장/사진=류현정 기자

② 각종 데이터까지 제공한다…로켓스페이스

산호세 주변에 있는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들은 일종의 ‘스타트업 공장(startup factory)’ 같다. 책상을 쭉 배열해 놓고 회원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앉아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14일 찾은 샌프란시스코의 창업보육 기관 로켓스페이스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100년 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 붉은 벽돌에 원목 책상, 패브릭 소파 등을 감각적으로 배치해 고풍스러운 커피숍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켓스페이스의 한 직원이 대형 화면의 컴퓨터 앞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류현정 기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로켓스페이스/사진=류현정 기자

요즘 젊은이들은 실리콘밸리보다는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는 트위터, 링크드인, 징가 등 유명한 소셜네트워크업체 본사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번화가인 마켓 스트리트 남쪽(SOMA 지역으로 불린다)에는 소셜 미디어나 게임 관련 스타트업들이 즐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비싸지만, 직원수가 소수인 소자본 창업이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지 않는 젊은 창업가가 많다.

로켓스페이스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창업 공간으로 보였다.. 로켓스페이스는 1인당 월 700달러의 다소 비싼 회비를 받고 아늑한 작업공간과 네트워크, 프린터, 통신장비 등을 제공한다. 에릭 브란한(Eryc Branhan) 매출 담당 최고임원은 “전 세계 1만여개 스타트업 동향을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도서관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로켓스페이스 설립자인 던칸 로간은 시장조사 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Y컴비네이터나 500스타트업, 플러그앤플레이 등은 투자펀드를 만들고 입주한 유망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한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인큐베이터들도 이득을 보는 구조다. 반면 로켓스페이스 측은 펀드를 운영하거나 입주한 스타트업의 지분은 취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분에 연연하지 않는 독립성(indepedence) 때문에 더 좋은 투자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기업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기업만 골라 입주시키는 것도 로켓스페이스의 특징이다.

③ 스타트업의 네트워킹에서 아이디어 화학 작용…500스타트업

“우리는 뉴욕에서 왔습니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으로 가는 101 고속도로를 타고 마운틴 뷰에 위치한 500스타트업을 찾았다. 500스타트업은 현대식 빌딩 12층에 있었다. 금요일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사무실이 창업가들로 북적이지는 않았다.주말을 앞두고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스타트업 중에는 여성 전문 소셜 미디어회사인 SVERVE라는 곳이 있었다. 이 회사 루시아 C. 만조 매니저가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 찍힌 회사 주소는 뉴욕주 에디슨 웨스트게이트 드라이브 87번지였다.

▲지난달 14일 금요일 오후에 찾은 500스타트업 풍경. 창업자들이 각자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사진=류현정 기자

▲500스타트업은 각 국가 깃발과 500스타트업을 거쳐 간 사람들의 사진을 출력해 벽에 붙여놓았다./사진=류현정 기자

그는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드는 데 뉴욕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날아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타트업끼리 모여있으면, 서로 주고받는 정보가 상당하다”면서 “다만 쌀쌀한 뉴욕 날씨가 그립다”고 덧붙였다.

500스타트업 주변 아파트엔 각 주에서 날라온 젊은 창업가들로 늘 붐빈다. 창업가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여러 명이 방을 공유해 쓰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틴 사이(한국명 채성미) 500스타트업 파트너는 “최근 스타트업 펀드 하나를 더 만들어 자금 조달에 나섰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500스타트업에 입주한 후 4개월이 지나면 졸업한다.

④ 전설적인 해커가 만든 창업지원기관의 아우라…Y컴비네이터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또다른 창업지원센터인 Y컴비네이터를 찾았다.  2005년 설립된 Y컴비네티어는 오늘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의 표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Y컴비네이터는 창업자를 뽑아 1만~2만 달러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3개월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시킨 후 입주 4개월 즈음에는 투자자를 초대해 사업 발표회를 갖는 압축적인 창업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Y컴비네티어의 성공을 모방한 인큐베이터와 액셀레이터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

▲Y컴비네이터 입구 표지판. /사진=류현정 기자  

▲ 폴 그레이엄 YC 설립자(가운데)와 젊은 창업자들이 대화를 나누다 사진 요청에 포즈를 취했다/사진=류현정 기자

Y컴비네이터는 마운틴뷰 중에서도 한적한 골목길 나지막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건물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여느 창업 보육기관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마침 건물 밖에서 Y컴비네이터 공동 설립자 폴 그레이엄이 인도인으로 보이는 젊은 창업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폴 그레이엄은 전설적인 해커이자 창업한 회사 바이웹을 야후에 높은 가격(4960만달러)에 매각한 성공한 창업가로서 명성이 높다. 그레이엄은 양쪽에 깊숙히 보조개가 들어가는 인자한 얼굴이었고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슬림한 몸매였다. 푸른 티셔츠를 걸치고 편안한 반바지에 샌들 차림이었지만 사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에선 특유의 광채가 빛났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Y콤비네이터에서 탄생한 기업중에서 온라인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가 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는 웹디자이너 일을 하다가, 남는 방을 인터넷을 통해 중개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Y콤비네이터를 통해 기술, 마케팅, 재무 등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받았다. 특히 에어비앤비의 경우 웹디자이너가 스타트업을 만들어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스타트업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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