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여는 삼성전자 R&D 캠퍼스 가보니…우면동 골짜기에 천고 높은 청빛 건물 6동

 

“거기가 우면동 골짜기였군요.”

가벼운 비가 흩날린 지난 20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를 찾았다. 택시 기사는 우면산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우회전해야 했는 데, 진입구를 놓쳤다며 혼잣말을 했다.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는 4년 전 집중호우로 산사태를 겪었던 우면산 성촌 마을 바로 아래에 있었다. 이 곳은 3년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오는 30일 문을 연다.

올 여름만 해도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던 연구부지에는 왕복 3차선 도로를 마주 보고 양쪽으로 건물 3동씩 들어서 있었다. 삼성전자는 수원 본사와 서초 사옥에 흩어져 근무했던 연구 인력을 입주시켜 이 곳을 한국 소프트웨어 연구의 중심 기지로 키우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 건물 보세요. 10층이라고 하는데, 보통 건물 15층과 높이가 맞먹어요. 그만큼 천장이 높다는 뜻이지요. 지하는 5층이나 되고요.”

이 동네에서만 6대째 살았다는 김기풍씨가 짙은 푸른 빛이 감도는 유리 건물 6동 중 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R&D 캠퍼스가 들어서기 전에는 그린벨트로 묶여 동네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땅이었다고 했다.

캠퍼스 1단지는 A·B동과 C동 건물, 캠퍼스 2단지에는 D·E동과 F동 건물이 있다. 건물을 둘러싼 담벼락은 없었다. 캠퍼스 깊숙히 성촌 마을과 맞닿은 곳에는 사택 29가구가 있었다. 내년 4월 문을 연다는 사내 어린이집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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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탓에”…1만명 수용하는 건물에 3500여명만 입주

캠퍼스를 둘러보는 내내 사무용 가구 전문업체 트럭들이 분주히 오갔다. 건물 한쪽에서는 ‘서울 R&D 캠퍼스 그랜드 오픈 D-10’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인테리어업체 인부들은 책상을 옮기고 전선과 콘센트, 파티션을 설치했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10일 정도면 나머지 공사는 끝난다”면서 “삼성전자 연구자들이 27일부터 들어온다고 해서 마무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가로가 긴 직사각형 디스플레이에 ‘서울 R&D 캠퍼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직원 예닐곱명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의 남녀 직원들이 이 직원들을 안내했다.

서울 R&D 캠퍼스는 서울 여의도공원의 약 1.5배 크기인 연면적 33만㎡(10만평)으로 연인원 최대 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에는 R&D 캠퍼스에 디자인경영센터, 소프트웨어(SW) 센터,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연구소, 창의개방센터 소속 디자이너 및 소프트웨어 연구 인력 3500여명만 입주한다. 관리직을 합해도 4000명이 넘지 않는다.

애초에는 연구인력 1만명이 서울 R&D 캠퍼스에 입주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최근 삼성전자가 연구인력을 상당수를 현장으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계획보다 캠퍼스 내 근무 인원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1단지인 A·B동에는 디자인경영센터와 창의개발센터, C동에는 무선서비스전략그룹IP센터, 2단지인 D·E동에는 소프트웨어센터와 DMC연구소, F동에는 식당 등 복리후생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효과는 아직…주변 상가 “이제 기대해 볼 만”

원래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는 지난 5월에 개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단지와 2단지를 연결하는 지하 터널 개통에 관한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캠퍼스 개소도 늦어졌다.

‘삼성 효과’를 기대했던 캠퍼스 주변의 상가들은 개소일도 늦춰진데다 근무 인원도 대폭 줄었다는 소식에 울상을 지었다.

지난 3월 A·B동 건물 바로 맞은편 상가에 쌀국수 음식점을 연 이 모 씨는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삼성 연구원들의 입주가 5월이라고 들었다”면서 “장사는 안되는데 입주가 점차 미뤄져 힘들다”고 토로했다. 옆 건물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배 모 씨 역시 “10월에 입주가 된다고 해서 9월에 가게를 차렸지만, 아직 매출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연구원들이 캠퍼스에 입주하고 나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씨는 “우리 가게가 아니면 연구원들은 쌀국수를 먹기 위해 양재역까지 가야 한다”면서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배 씨 역시 “캠퍼스 근처 상권에서 당구장은 유일하다”면서 “삼성전자 연구원 입주 이후에 매출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집값도 큰 변동이 없었다. 서초구 우면동의 A공인 관계자는 “전세·매매가 동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면서 “거래량도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B공인 관계자는 “캠퍼스 근처에 300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2000세대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 가격으로 무주택자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해놓은 장기전세주택이어서 일반분양 아파트는 1000가구에 불과하다”며 “이번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직원 중 5%만 집을 사도 집값은 1억원 가량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에 R&D 캠퍼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두고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서에 따라 5명 중 1명만 근무하게 된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인근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계약까지 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좋아지면 소프트웨어 연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현정 기자·박진범 인턴기자·고성민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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