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만’ 와이파이 강국의 현실

 

유진우 기자

유진우 기자

 

 

 

 

 

 

 

지난달 휴가차 일본 간사이(関西) 지방을 방문했다.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이치하라(市原)에 이르렀다. 야생 원숭이가 뛰놀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냈다. 기대도 안했던 와이파이 신호가 잡혔다. ‘교토 와이파이(Kyoto wifi).’ 교토(京都)시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였다. 해당 신호를 누르는 것만으로 편히 쓸 수 있었다. 강도는 충분했다. 끊김도 없었다. 여행자가 쓰기에 3G 통신망을 이용한 로밍 서비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 주변을 돌다보니 그제서야 무료 와이파이 알림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요 호텔은 물론 버스 정류장, 간이역, 아이스크림 가게에 이르기까지 무료 와이파이망이 촘촘히 깔려있었다. 이렇게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은 무료 와이파이망에 의지해 길을 찾고, 맛집을 추렸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편리함을 누렸다.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됐다.

▲교토시가 운영하는 교토 와이파이 알림판.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데이터 걱정없이 안정적인 와이파이망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토시가 운영하는 교토 와이파이 알림판.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데이터 걱정없이 안정적인 와이파이망을 이용할 수 있다.

방문국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 천국이다. 통신 조사기관 ABI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공용 와이파이 스팟 420만곳 가운데 일본 내 와이파이 스팟은 총 85만곳에 달한다. 전 세계 와이파이 스팟 다섯 개 중 하나가 일본에 있다. 이 중 5만곳 이상이 무료다.

양이 많을 뿐 아니라 질 역시 우수하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 도코모는 도쿄 지하철에서 지금보다 10배 빠른( IEEE 802.11ac) 와이파이를 역내에서 시범운영한다. 관광객들은 접속 전용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하루에 3시간씩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관리도 잘된다. 일본 관광청은 지난 8월 말 총무성과 연계해 ‘무료 공중무선 LAN(와이파이) 정비 촉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일본 내 무료 와이파이망을 일괄적으로 정비하고, 홍보하는 국가적인 창구를 만든 셈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때 국내 통신사들은 저마다 ‘무료 와이파이망이 더 많다’고 자랑하곤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2015년까지 1552곳에 무료 와이파이 존을 구축한다”며 예산 477억원을 배정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형편없다. 외국인 관광자들이 몰리는 한국 관광정보 사이트 ‘서울리스틱(Seoulistic)’에는 국내 와이파이망에 대한 악평이 수시로 올라온다.

“지하철을 타면 통신사 와이파이가 여러개 잡힌다. 하지만 무료는 고사하고 외국인이 사용할 만한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도 없다. T와이파이(SK)는 스마트폰 영문 웹 페이지에서 결제를 하려고 보면 ‘준비중’ 페이지만 뜨고, 올레 와이파이(KT)는 카드 결제에 들어가면 먹통이 된다. 유플러스(LG) 와이파이는 무료지만, 아예 한국 폰 번호가 있어야 접속할 수 있으니 외국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들 중 일부는 “차라리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며 세븐일레븐, 맥도널드 등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한다. 이름만 달아놓은 채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내 공공 와이파이망의 현실이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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