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아마존 2014]⑦ 스톱 아마존…독점 논란 거세져 (끝)

2014년은 아마존이 창업한지 꼭 20년 되는 해다. 온라인으로 책을 배송하던 닷컴 초보 기업이었던 아마존은 장난감부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거듭났다. 아마존은 TV부터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홈까지 발을 걸치고 엔터테인먼트 업체까지 줄줄이 인수해 경쟁사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도 아마존이 지켜온 단 하나의 원칙은 있다. 바로 저가(低價) 전략이다. 아마존은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아마존은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급업체를 압박하고 납품 단가를 후려쳤다. 아마존은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공급자에는 아마존 쇼핑몰에서 판매를 중단하거나 배송을 지연시키는 등 무자비하게 보복했다.

2014년 결국 아마존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까지 아마존이 수요독점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아마존, 멈추라(Stop, Amazon)’논쟁에 가세했다.

◆ 아마존의 ‘갑질’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은 2014년 내내 출판문화계에서 큰 화제였다/사진=조선DB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은 2014년 내내 출판문화계에서 큰 화제였다/사진=조선DB

2014년 5월 아마존은 프랑스계 대형 출판사 아셰트(Hachette)가 출간한 종이책 5000여종을 판매 중단하고 책 배송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아마존은 당시 진행 중이던 아셰트와의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도서 판매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압력을 가한 것이다. 양측 모두 정확한 협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존은 아셰트 측에 전자책 가격을 9.99달러로 일괄적으로 낮출 것과 전차잭 수익 배분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아마존이 전자책을 팔 때 유통사로서 몫을 30%에서 50%로 높이려 했다”며 “아셰트가 동의하지 않자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2014년 7월 아마존 킨들 포럼 블로그를 통해 “현재 한 권당 평균 14.99달러(약 1만5000원)인 전자책을 9.99달러(약 1만원)에 판매할 경우 판매량이 1.74배 가량 늘 것”이라며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출판사와 작가들의 수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존의 이러한 조치는 유명 작가들을 비롯한 출판문화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셰트 소속 작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작가연합(Authors United)은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에 아마존을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아마존 이사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또한 작가연합은 미국 법무부 독점금지국(USDOJ Antitrust Division)에 아마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 요청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마존과 아셰트 사이의 분쟁은 지난 11월 두 회사가 새 계약에 합의함으로써 끝이 났다.

아마존은 유럽에서도 비슷한 분쟁을 겪었다. 2014년 6월 아마존은 독일 최대 출판사 보니어와 전자책 가격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자 해당 출판사의 책 배송을 지연시켰다. 이에 반발한 독일 출판판매인협회는 아마존을 독점규제법을 위반 혐의로 독일 연방 카르텔청에 고소하고 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해8월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스위스 등 독일어권 작가 1001명이 아마존의 전자책 협상 전략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고 랄프 클리버(Ralf Kleber) 아마존 독일 책임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2014년 아마존은 DVD 콘텐츠를 제공하는 워너 브라더스, 월트 디즈니와도 갈등을 빚었다. 아마존이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대형 오프라인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 오프라인 할인점보다 더 낮은 가격에 DVD를 공급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뜻대로 협상이 되지 않자,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아마존은 2014년 5월 워너브라더스의 최신작 ‘더 레고 무비’와 ‘트랜센던스’, ‘300 : 라이즈 오브 언 엠파이어’ 등의 DVD 판매를 중단했다. 또 8월에는 월트디즈니의 최신작 ‘말레피센트’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 더 윈터솔저’ 등의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의 예약 판매를 중단했다. 두 회사 모두 약 2개월만에 아마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분쟁을 매듭지었다.

◆ 거세지는 反아마존 정서

’스톱 아마존(STOP Amazon)’ 논쟁의 불씨를 당긴 뉴리퍼블릭 기사 ‘아마존은 멈춰져야만 한다(Amazon Must be Stopped)’/사진=뉴리퍼블릭 캡처

’스톱 아마존(STOP Amazon)’ 논쟁의 불씨를 당긴 뉴리퍼블릭 기사 ‘아마존은 멈춰져야만 한다(Amazon Must be Stopped)’/사진=뉴리퍼블릭 캡처

아마존이 보복 강도를 높일수록 아마존 횡포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커졌다. 아셰트, 월트 디즈니와의 분쟁이 한창이던 2014년 10월 급기야 ‘아마존, 멈추라(Stop, Amazon)’논쟁이 불거졌다. 시작은 미국 시사잡지 ‘뉴리퍼블릭(NewRepublic)’이었다. 프랭클린 포어 뉴리퍼블릭 편집장은 ‘아마존은 멈춰져야만 한다(Amazon Must be Stopped)’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들과 공급자에 무자비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없다면, (아마존이) 디지털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 뒤 아마존 편을 드는 반박 칼럼과 기사가 이따라 게재됐다. 미국 칼럼니스트 조 노세라(joe nocera)는 NYT 기고문을 통해 “현재 아마존이 도서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지배적 점유율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며 “아마존이 멈춰져야 한다는 말은 자본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공급자들을 압박하는 것 또한 경쟁의 일부인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서 판매하면 된다”며 “아마존이 출판사들의 비능률을 줄이고 있으며 아마존을 제재하는 것은 비능률을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온라인매체 살롱(Salon)이 노세라와 WP의 반박을 재반박한다. 살롱은 “도서 시장 지배력은 아마존이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세금 내는 대신 그 돈을 로비에 활용함으로써 얻은 것”이라며 “현재 미국 반(反)독점법은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마존이 법적으로는 독점 기업이 아닐 수 있지만, 아마존의 독점적 비즈니스 성격 때문에 출판,문화 분야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크먼(Paul Krugman) 교수도 아마존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NYT 기고문을 통해 “아마존은 독점적 구매자로서 공급자들에게 가격을 낮추게 압박하는 수요독점(monopsony) 기업”이라며 “아마존은 지나치게 많은 힘을 갖고 있으며 그 힘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과점 기업에 대한 맞춤형 규제 연구로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장 티롤 교수 역시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아마존과 아셰트 사이의 분쟁에 대해 “아마존의 수요 독점이 혁신을 저해한다면 규제 당국은 항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마존 비판 대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합류했다. 왼쪽부터 2008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 201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교수/사진=조선DB

아마존 비판 대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합류했다. 왼쪽부터 2008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 201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교수/사진=조선DB

◆ 여론 악화에 잠시 고개 숙인 아마존

2014년 말 현재, 아마존은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2014년 11월 아마존은 아셰트에 우호적인 새 계약을 맺는 등 곳곳에서 벌어졌던 공급자와의 분쟁을 일단락시켰다. 특히 아마존과 아셰트의 새 계약은 ‘아셰트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갔던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

NYT에 따르면 새 계약으로 아셰트는 전자책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시중 도서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할 경우 아마존으로부터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대신 아마존은 아셰트로부터 좀 더 많은 마케팅 비용 공동 부담금과 광고비를 받는다. 아마존이 아셰트와의 새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 지은 데에 대해 연말 쇼핑 특수를 앞두고 공멸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아마존이 ‘킹콩이 아닌 예의바른 거인’으로서 이미지를 새롭게 다지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영향력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Quartz)는 “단기적으로는 아셰트가 승리했지만 아마존이 도서 시장을 지배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낮은 전자책 가격이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 확대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여전히 아마존은 미국 도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며 “아셰트와의 분쟁은 아마존이 자신의 시장 지배력을 사용해 판매를 방해하는 데 거침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아마존과 아셰트의 분쟁 당시 작가연합을 만들었던 미국의 스릴러 작가 더글라스 프레스턴은 “이것으로 모든 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아마존은 나폴레옹이 영토를 탐냈듯이 시장 점유율을 탐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biz.com
/이인행·김나영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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