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맨 칼럼] 삼성전자 MSC 해체 유감

우병현 기자

우병현 기자

삼성그룹은  12월 1일에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홍원표 삼성전자 MSC(Media Solution Center) 담당 사장을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으로 전보를 했다. 아울러 MSC담당 사장을 새로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MSC 조직을 크게 정비할 것을 예고했다.

▲홍원표 전 삼성전자 MSC사장이 올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 2014에서 발표하고 있다.

▲홍원표 전 삼성전자 MSC사장이 올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 2014에서 발표하고 있다.

MSC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각 부문에 속하지 않고 소프트웨어개발, 콘텐츠 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예를 들어 바다 등 운영체제(OS)를 개발했고 전자책, 음악 등 스마트폰용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삼성수뇌부의 MSC에 대한 이번 조치는 MSC 소속 임직원들을 패닉상태에 빠지게 했다. 강태진 전무 등 MSC 주요 임원들은 해임을 통보를 받았고, 중간관리자 이하 직원들은 맡은 일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예상하면서 일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MSC 해체 결정은 최근 스마트폰 수익성 악화라는악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해체 배경에 대해 “MSC와 IT모바일부분이 각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조직을 키우면서 중복투자 등 비효율적으로 방만하게 운영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갤럭시 시리즈가 잘 나가던 시절에 비대해진 IT모바일 부문을 혁신하면서 삼성전자내 중복기능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통폐합하겠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전에 전자책 서비스를 비롯해 MSC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들을 차례로 정리하면서 MSC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었다.

필자는 MSC의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MSC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었다. 2006년 웹2.0 방식 동영상 서비스 기업을 할 때 MSC 동영상 담당자와 협력 방안을 협의했었다. 또 2009년 미국 아마존이 킨들을 앞세워 전자책 단말기와 전자책 시장 붐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전자책 단말기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도 했다.

MSC와의 사업경험과 IT저널리스트로서 취재경험을 종합해보면, MSC는 3~5년 이상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면 그 대응 프로젝트를 재빨리 시작했고, 그러다가 2~3년 뒤에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로 조직의 역량과 관심을 옮기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그나마 IBM 출신 이호수씨나 KT출신 홍원표씨를 스카웃해서 MSC를 사장급으로 올린 뒤 프로젝트 규모를 크게 키우고 삼성 독자 OS 개발에서 중요 역할을 한 것이 MSC의 전성기에 해당된다.

글로벌 최강 기업인 삼성전자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한 기업이다. 늘 고객과 전문가 이야기를 잘 듣고, 새로운 트렌드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매월 1회 갖는 삼성 사장단 외부강연회는 최고의 지식과 인사이트를 외부로부터 수혈하는 매개체다.

삼성사장단 강연회에 초청을 받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쓴소리를 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을 이끄는 최고 기업이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당당하게 맞서 승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강연자중 IT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전자가 제조업 DNA를 버리고 소프트웨어 DNA로 무장할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IT저널리스트들도 최근 몇 년동안 줄기차게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기업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위기타개책 중의 하나로 삼성전자 조직 중 가장 소프트한 곳인 MSC를 해체하는 구조조정 카드를 선택했다. 실적에 따라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하는 그동안 조직 관행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혁신 바이러스를 만들어 전파할 수 조직이다. 모두가 분기와 연간 실적에 매달릴 때, 회사의 미래를 보고 파괴적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전사적 조직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MSC의 공중분해는 안타깝기만 하다.

노키아와 소니는 지난 10여년 동안 실적 부진에 빠질 때마다 조직을 없애고 사람을 잘랐다. 하지만 두 거인은 혁신 DNA를 새로 장착하지 못함으로써 하염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소니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우병현 기자 pen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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