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샷 칼럼] 기업가와 국제 정치학자가 보는 알리바바

“중국 기업들은 정부가 (외부로부터) 시장을 지켜주기 때문에 시장을 독점해 수익을 만들고 해외에 나갑니다. 중국 텐센트(Tencent)가 한국 콘텐츠 기업에 투자한 돈이 벌써 6000억원이 넘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에 투자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도와줄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그런 제안을 국내 업체가 거부하기 힘듭니다.  제가 괜히 앓는 소리는 아닙니다.”

2014년 6월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리더스 포럼 기자간담회.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막 마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가로서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 기업보다 더 무서운 곳이 중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 중국발(發) 태풍이 불고 있다. 이 의장이 언급한 텐센트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업체인 카카오톡, 게임업체인 CJ게임스과 네시삼십사분의 지분을 연이어 사들여 2대, 3대 주주에 올라섰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중국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큰 손이 됐다. 지난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앱 ‘탱고’에 2억1500만달러, 카셰어링 앱 ‘리프트’에 2억5000만달러, 리모트 컨트롤 앱 ‘필’에 5000만달러, 모바일 게임회사 ‘카밤’에 1억2000만달러, 검색엔진 ‘퀵시(Quixey)’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창업 4년차 밖에 안된 중국의 신생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도 최근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 ‘미스핏(Misfit)’ 펀딩에 참여했다. 샤오미까지 투자한 덕분에 미스핏의 자금조달 규모는 당초 4000만달러에서 63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앞서 텐센트는 2008년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지분 92.78%를 확보했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LOL)’는 한국 PC방에서도 점유율 1위를 달린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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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정치학자인 하영선 서울대 명예 교수는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기업가들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하 교수는 최근 북한대학교대학원에서 열린 ‘G2시대 한반도를 미래를 이끄는 힘’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중국이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2020년이면 중국 GDP 규모가 미국 GDP를 앞설 것이 확실시됩니다.그러나 중국이 ‘형세(形勢)’에서 이겼다고 해서 ‘기세(氣勢)’에서도 미국을 앞설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국제 무대의 리더십, 문화, 환경, 지식력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상상력까지도 허용하는 정치 시스템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중국의 진정한 리더십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알리바바의 등장도  특수한 사례로 끝날 것입니다.”

그는 미국이 온갖 실패를 허용하면서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상력있는 친구들이 모이고 그들의 실험을 지지해주는 거버넌스(governace)가 있어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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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바닷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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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로고

중국 기업의 광폭 행보를 두려워만 해야 하나. 중국을 사대(事大)하지 않은 한국 근대 100년을 살아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키운 사업가와 국내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국제정치학자의 시각을 종합해 연역하면 다음과 같다.

①중국 몇몇 기업의 부상은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②현재 중국의 정치 시스템으로 중국 몇몇 기업의 혁신 사례가 중국 사회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③ 중국 몇몇 기업의 혁신 사례가 중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난다면, 중국은 미국보다 더 무서운 국가로 부상한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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