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요즘 공무원들이 달라졌어요

장우정 기자

장우정 기자

네오위즈 공동 창업자 출신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지난 11월 2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Startup Nations Summit) 2014’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요즘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장 대표 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이 변하는 조짐은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11월 중순 일이다. 한국IT기자클럽 스터디 모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8층 두세평 남짓한 공간은 여느 때와 달리 ‘특별 손님’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과천에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정한근 인터넷정책관 국장을 비롯해 과장 3명 등 공무원들이 IT기자클럽 모임을 방문한 것이다.

IT기자클럽 모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전경

IT기자클럽 모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전경

IT기자클럽은 2003년 1월부터 당시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던 기자들이 IT 현안을 스터디하는 데서 시작해 지금까지 사단법인으로 남아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미래부 공무원들이 이 모임을 찾은 이유는 정책 조언이 ‘듣고’ 싶어서였다. 정한근 국장은 “그동안 실무에서 고민해 왔던 인터넷 정책에 대해 기자들 생각은 무엇인지, 유의해서 가져가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미래부의 인터넷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이 돼야 할지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과거 정부가 인터넷 망을 깔고 이를 보급하는 데 정책 목표를 뒀다면 지금 현재 인터넷 정책 시대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만든 규제가 인터넷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가 규제를 일일이 나열하다 보니 여러가지 가능성을 막는다”는 비판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 없이 어떤 환경에서든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조언까지 90분간 IT 분야를 출입했거나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의 고언이 쏟아졌다.

이 자리를 찾은 공무원들은 이따금 기자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개의 경우 수첩을 꺼내 이런저런 내용을 메모하고 경청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어떤 공무원은 “더 때려달라”는 이야기도 했다.

미래부 공무원들의 열린 경청 자세는 빠른 주기로 트렌드가 변하는 인터넷 산업에 종사하는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정 지향적, 규제 지향적인 관료 조직에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무원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 할 만 하다. 경청의 결과가 인터넷 정책에 반영되고, 보다 효율적인 환경이 마련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미래가 기대된다.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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