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대중화 20년](7) 포털 공화국을 연 새 리더십 이해진 네이버 의장 ⑤

이해진 네이버 의장
▲ 이해진 네이버 의장

“이해진 의장은 사람을 만나면 부끄러워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조용하고 합리적이었어요. 악착스러운 면이나 오기(傲氣) 같은 것도 없어 보였어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초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네이버 사내 회의에서 열정적으로 직원들과 대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였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국내 언론이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까지 덧붙여 그의 리더십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장은 사교적인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초기 인맥은 학교와 첫 직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인들은 공학을 전공했거나 정보기술(IT) 업체에 근무해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강했다. 네이버가 성장하면서 이 의장을 둘러싼 인맥의 범위도 확대됐다. 2004년 이후부터 언론사 출신을 비롯해 인문·사회·법·경영 등을 전공한 문과 출신들이 이 의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 ‘따라온 인연(86학번 + 삼성SDS)’에서 동지도 적도 만나다

이해진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86학번으로 90년 카이스트(KAIST)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직후 삼성 SDS에 취직했다. ‘86학번’, ‘삼성SDS’ 인맥은 이 의장을 따라온 자연스러운 인맥이었다. 이 인맥이 네이버 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

‘86학번 공대생’은 한국 벤처업계의 황금 학번으로 불린다. 이 의장을 비롯해 김정주 NXC 대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김상범 전(前) 넥슨 이사, 이재웅 다음 창업자, 배인식 그래텍 창업자,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대표적이다. 공대 출신은 아니지만, 라이코스코리아를 이끌었던 가종현 SK플래닛 글로벌 대표도 86학번(연세대 경영학과)으로 이 의장과 초등학교 동기다.

이 의장은 KAIST 재학 시절 김정주 대표와는 같은 기숙사 방을 썼다. 그 옆방에는 송재경 사장과 김상범 전 이사가 있었다. 86학번으로 IT업계에 종사 중인 한 관계자는 “그 둘을 보면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 龍)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이 ‘나는 밤새 해야 하는 숙제를 김정주는 한참 놀다가 어느 순간 마쳐놓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글을 쓸 때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써야 하는 무라카미 류는 이 의장, 마라톤이나 여행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써내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김 회장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이죠.”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포함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김정주 NXC 대표는 모두 86학번이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이다. 좌측 상단부터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사진=조선DB
▲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포함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김정주 NXC 대표는 모두 86학번이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이다. 좌측 상단부터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재경 XL게임즈 사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사진=조선DB

이 의장은 전국 대학 컴퓨터 서클 연합이었던 ‘유니코사(UNIversity COmputer Science Association)’에도 기웃거렸다. 이 연합 서클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나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등도 있었다.

“당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였어요. 2005년 즈음인가요,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 광고주를 만나는 자리에서 직접 폭탄주를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노력하며 경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대학 시절 이 의장을 기억하는 유니코사 멤버의 말이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이 의장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네 친구다. 두 사람은 청담동 진흥아파트 위아래층에 살았고 어머니들 친분을 통해 가까워졌다. 1995년 다음을 설립해 한메일 돌풍을 일으켰던 이재웅 창업자는 이 의장이 사내 벤처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독립할 때까지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네이버는 한국기술투자로부터 자금을 받았는데, 이 의장과 한국기술투자 간 다리를 놓아 준 사람도 이재웅 다음 창업자였다.

86학번 인맥도 탄탄했지만, 네이버 초기 멤버 90%가 삼성SDS 출신일 정도로 이 의장의 ‘직장 인연’도 대단했다. ‘네이버 창업 8인방’으로 불리는 권혁일, 김보경, 강석호, 오승환, 최재영, 김정호, 김희숙씨는 모두 삼성SDS 출신이다.

이 의장은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 한게임을 창업한 김범수 대표(현 다음카카오 의장)와는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하는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2000년 7월 한게임과 합병한다. 한게임은 2000년대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냈던 네이버의 ‘캐시카우’로 큰 시너지를 낸다.

이해진 의장은 ‘절친’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는 포털 1위 자리를 앞두고 피 말리는 싸움을 했다. 삼성SDS 동기이자 네이버-한게임 합병 동지였던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이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이 의장은 86학번과 삼성SDS라는 인연을 통해 최고의 동지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도 만난 셈이다. 최근에도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서로 만났다고 한다.

혹자는 ‘네이버 창업 멤버’라는 말이 적절치 않다고 평가한다. 강석호 이사를 제외한 창업 멤버 대부분이 회사를 나갔고, 이 의장도 창업멤버를 특별히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서치 솔루션부터 첫눈까지 새로운 기술 인맥을 만들다

이해진 의장은 학교 다닐 때부터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렸던 송재경 사장과 같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 의장 자신도 “나는 열심히 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과 컴퓨터 공학과 동기인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도 “합리적이고 온화한 학생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엔지니어 타입은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경영에서 그보다 더 좋은 자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은 삼성SDS에 입사하고 뒤늦게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는다. 사내벤처 아이템을 찾다가 한글 검색엔진 분야를 해 볼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의장은 삼성SDS 재직 시절,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문가이자 KAIST 지도교수였던 황규영 KAIST 전산학과 교수에게 전화한다. 황 교수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산 검색엔진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해 속도가 느렸다”며 “이 의장이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한 DBMS 기술 ‘오디세우스’를 가져다 검색엔진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이 구글 검색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를 DB검색이라고 꼽는 사람이 많다. 네이버 DB 검색의 뿌리는 황규영 교수 연구실이었다. DBMS 기술을 적용하니, 20초 만에 나오던 검색 결과가 2초 만에 나왔다. DBMS를 검색엔진에 적용한 글로벌 첫 사례였다고 황 교수는 평가한다.

(사진 왼쪽부터)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
▲ (사진 왼쪽부터)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해 삼성SDS에서 독립한 이 의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넓혀갔다. 2000년 7월 그는 서울대 컴공과 83학번이자 KAIST 전산학과 선배인 이준호 당시 숭실대 교수(현 NHN엔터테인먼트 의장)팀이 운영하는 서치솔루션을 인수, 네이버 식구로 끌어들인다. 당시 이 교수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검색 전문가’였다. 이 교수 합류 후 네이버 검색의 상징과도 같은 ‘통합검색’ 서비스가 나온다. 지난 9월 네이버가 이준호 의장의 NHN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매각함으로써 두 회사 관계도 정리됐다.

이해진 의장은 2006년 6월 검색 벤처회사 첫눈을 인수했다. 첫눈은 현재 본엔젤스 대표로 있는 장병규 씨가 KAIST 인맥을 동원해 국내 검색 기술진을 모아놓은 회사였다. 당시 첫눈 CTO였던 신중호(현 라인플러스 대표)씨는 KAIST 전산학과 자연어처리 연구실에서 10년 이상 음성 인식 처리를 연구해 온 검색 인재였다. 그는 첫눈 검색 기술을 네이버의 일본 검색 서비스에 반영했다. 현재 신 대표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 라인의 자회사인 라인플러스 대표를 맡아 라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다.

◆ 강해지는 政·官·言 네트워크…해외 인맥에도 ‘촉각’

2000년대 중반부터 이해진 의장을 둘러싼 인맥이 엔지니어와 삼성SDS 중심에서 문과 계열로 확대된다. 최근 언론계나 법조계 외에도 정치권 캠프 출신도 네이버에 합류했다. 대외 활동이 많은 네이버 대표이사 자리에 언론계 출신인 최휘영 씨와 판사 출신인 김상헌 씨가 차례로 맡았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왼쪽), 최휘영 네이버 고문
▲ 김상헌 네이버 대표(왼쪽), 최휘영 네이버 고문

YTN 기자 출신인 최휘영씨(서강대 영문학과 83학번)는 2002년 네이버 본부 기획실장으로 입사, 2004년 NHN 공동 대표 이사를 맡았으며 2006년부터 2008년 단독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현재 네이버 경영 고문으로 있다.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네이버가 포털 1위에 올라섰다.

2009년부터 네이버를 이끄는 김상헌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82학번으로 서울지법에서 판사로 활동했다. LG 법무팀 부사장 시절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다 이해진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8년 NHN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NHN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무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선정하고 2009년 10월 공정위와의 소송에서 승리했다.

김상헌 대표는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등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와도 폭넓게 교류하며 2000년 졸업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LLM) 인맥도 챙기고 있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이해진 의장의 문과 인맥 중에는 이사회 멤버도 빼놓을 수 없다. 검사 출신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있다. 이해진 의장이 멘토로 꼽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한국기술투자 심사역으로 네이버 투자를 담당했던 부경훈 투자파트너스 이사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최근 IT업계는 이해진 의장의 해외 인맥 확장 전략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일본의 소프트뱅크 측이 라인 투자 의사를 밝혔지만, 네이버는 보다 좋은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데 시간을 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김정주 NXC 대표는 EA 수석 부사장 출신인 오웬 마호니씨를 넥슨재팬 대표로 영입한 사례가 있다. 중국 인터넷 업체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다음카카오 이사회에는 텐센트가 보낸 인물이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는 이 의장의 주요 해외 인맥으로 모리카와 아키라(森川亮) 라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과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COO가 꼽힌다.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주식회사 사장(왼쪽),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주식회사 COO
▲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주식회사 사장(왼쪽),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주식회사 COO

모리카와 사장은 네이버와 12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1989년 쓰쿠바 대학을 졸업하고 소니에서 일하다 2003년 한게임재팬에 합류했다. 2006년 10월 한게임 부사장, 2007년 10월 NHN재팬 대표 이사, 2007년 11월 네이버재팬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2년 1월 네이버의 일본법인 네이버·한게임·라이브도어 3개 회사가 통합해 출범한 NHN 재팬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3년 4월 NHN재팬이 라인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주식회사 COO는 2010년 네이버가 일본 인터넷 업체 ‘라이브도어’를 인수하면서 합류한 경우다. 라이브도어는 일본 8위권 포털로 블로그 서비스가 강했다. 당시 네이버는 일본 내 검색 서비스 확장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네이버는 라이버도어 인수로 약 300명에 달하는 일본 직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데자와 COO는 와세대 출신으로 2001년 온더엣지(라이브도어의 전신)에 입사해 주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다 2007년 라이브도어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라이브도어홀딩스(LDH) 전임 사장과 고등학교 동기였다고 한다.

라인은 지난 4월 1일자로 모리카와 아키라 사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COO를 투톱으로 하는 공동 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모리카와 CEO는 앞으로 외부 파트너와의 제휴 등에 주력하고 이데자와 COO는 라인 사업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유진우 기자 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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