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샷 칼럼] 단통법과 도서정가제 같은 내용, 다른 반응 ‘왜?’

류현정 기자

류현정 기자

정부가 가격을 법으로 통제하겠다고 한다. 지난 10월 1일 시행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휴대전화 보조금을 30만원 이하로 제한한 법이다. 출혈 경쟁,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21일 시행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도서정가제다. 이제 새로 발간된 책이든, 오래전에 발간된 책이든, 실용서든, 학습참고서든 예외 없이 책값을 정가보다 15% 이상 할인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 이벤트 영향으로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할인을 염두에 두다보니 정가가 덩달아 오르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름은 다르지만, 법의 골격은 같다.

단통법은 시행한 지 두 달 가까이 됐다. 도서정가제는 일주일이 지났다. 두고 봐야 하겠지만, 뼈대가 같은 두 법을 둘러싼 여론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단통법은 나오자마자 통신 생태계의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단통법은 폐지가 답’이라는 신문 사설이 이어졌다. 정보기술(IT) 전문지로 통신업계를 대변하는 전자신문 정도가 ‘지켜보자’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단통법과 달리 도서정가제를 두고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신문 사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이 ‘할인 꼼수’를 동원한다며 도서정가제를 편들어주는 기사가 여러 번 눈에 띄었다.

▲단통법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또 칼날을 빼내들었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이동통신3사의 영업담당 임원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위해 위원장석에 앉으려는 모습. /조선DB

▲단통법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또 칼날을 빼내들었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이동통신3사의 영업담당 임원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위해 위원장석에 앉으려는 모습. /조선DB

두 법 다  허점은 많다. 전(前) KT 사장은 “단통법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통대리점에 주는 인센티브와 리베이트가 너무 많아 보조금 상한선으로 일률적으로 가격을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가령, 어떤 유통 대리점은 손해 보고 팔면서 통신사가 주는 인센티브로 수익 목표를 맞춘다. 통신사들은 잘 파는 대리점에 단말기 보조금이 아닌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준다.  덕분에 대리점은 단말기를 싸게 판다. 인테리어 비용도 일종의 보조금인 셈이다.

도서정가제도 구멍이 있다. YES24, 알라딘 등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는 특정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추가할인이 된다. 정가제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책을 사러 동네 서점에 꼭 간다는 보장도 없다.

단통법은 뭇매를 맞고 도서정가제는 온건한 비판적 지지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일보 최현미 차장의 주장대로 책은 문화공공재로 다른 상품과는 엄연히 다른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프랑스가 일명 반(反) 아마존 법이라며 도서정가제를 추진한 것처럼 책 정가를 지키는 것은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제2의 단통법’으로 부르는 것은 웃기는 비유이며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주장이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화’라는 보호막이 있다면, 통신 시장의 여론에 일종의 ‘침묵의 나선 이론’이라는 굴레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나치 정권을 경험한 독일 여성 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주장했다. 자신의 의견이 다수 의견이라고 생각되면 공개적으로 자신있게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의견이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침묵함으로써 여론이 소용돌이처럼 한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통신 시장의 여론도 한쪽으로 곧잘 쏠렸다. 2005년 KT가 초고속 인터넷을 월 정액제가 아닌 쓴 만큼 내는 인터넷 종량제를 실시하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보통 초고속 인터넷 트래픽은 상위 5%가 전체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상위 1%가 20%가 넘는 트래픽을 일으킨다. 온종일 영화나 드라마를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리는 업자를 생각해보라. 종량제를 실시하면 상위 5%만 요금이 인상될 것이지만, 전체 여론도 반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격을 입는 5%가 목소리를 크게 내고 대다수 사람은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목숨 걸고반대하는 5%의 의견이 전체 여론으로 보인다.

단통법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다수는 아닐 것이다. 철마다 이통사를 옮겨다니며 아주 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사람,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면 이득을 보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물론 타격을 받을 것이다.

최근 만난 통신사 고위 임원은 “단통법 시행으로 메뚜기가 아닌 장기 가입 고객들은 요금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혜택 받지 않을 때나 혜택을 받을 때나 아무 말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사용자는 여론을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 정부도 통신 현실과 여론 메커니즘을 잘 파헤치고 이해하고 있어야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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