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맨 칼럼] 유튜브에서 DVD플레이어로 옮긴 까닭

우병현 기자

우병현 기자

지난 주말에 할인매장에서 휴대용 DVD플레이어를 구입했다. 2002년 미국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때 잔뜩 사가지고 온 DVD를 돌려보기위해서다. 또 아내에게 늦둥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DVD로 보여준다는 핑계도 댔다.

하지만 DVD플레이어 구매 진짜 동기는 유튜브(Youtube), IPTV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었다. 아시다시피 유튜브는 지구촌 동영상 천하를 통일한 막강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작은 클립부터, 뉴스 강연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없는 콘텐츠가 없다. 앞으로 몇 년안에 유튜브에 없는 것은 세상에도 없는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은 반드시 또 다른 대가를 원하기 마련이다. 유튜브에서 내가 원하는 동영상을 언제든지 골라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진리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은 삭제됐거나 유료 콘텐츠로 분류된다.

유튜브는 그동안 공짜 전략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을 유튜브에 중독되도록 만들었다. 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트래픽과 광고로 유혹하여 모드 유튜브에 묶었다. 유튜브는 심지어 뉴욕, 런런, 도쿄 등지에 스튜디오까지 만들어 독립 프로듀서들을 지원함으로써 콘텐츠 제작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나섰다.

또 저작권 영상에 대한 통제를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을 검색하면 1분~2분 안팎의 클립밖에 볼 수 없다. ‘Lion King full movie’라는 타이틀에 속아서 클릭하면 불법 다운로드사이트 광고를 만난다. 결국 라이언킹 전체를 고화질로 제대로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TKDS의  DVD플레이어

TKDS의 DVD플레이어

유튜브에 실망한 상태에서 DVD플레이어를 구매했다. 이어 맨 처음 영화 ‘대부’를 돌렸다. 대부의 첫 장면을 보자마자 영화에 빨려들어 1시간 가량 몰입해서 영화를 감상했다. 유튜브로 봤다면 아마도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유튜브 다른 메뉴를 클릭했을 것이다.

‘대부’를 DVD플레이어로 보면서 순식간에 지구촌의 모든 정보와 사람과 연결된 세상과의 ‘차단’을 느꼈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대할 때 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정보를 가질 때, 그 행위에만 몰입할 수 있다.

반면 뇌가 이메일, 소셜미디어, 검색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가질 때 어떤 행위에도 장시간 내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PC와 스마트폰 같은 멀티기능 기기의 전성 시대에도 전용기기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치를 ‘차단’에서 찾을 수 있다. DVD플레이어는 전자책단말기처럼 특정 작업 전용기기로서 동영상을 보는데 몰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DVD플레이어의 효용가치를 접하고 나서 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교보문고안에서 매장 크기가 가장 작은 음반코너에서 딸이 좋아하는 DVD와 내가 보고 싶은 DVD를 찾았다.

DVD 구매를 보면서 또 하나 발견한 점은 DVD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공짜 동영상을 검색하느라 사용하는 시간의 금전적 가치를 감안하면 1만~2만원 사이에서 충분히 내가 시청을 원하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2D 디즈니 시리즈물은 10개묶어 1만2000원에 구할 수 있어 개당 1200원꼴이었다.

물론 DVD플레이어가 온라인 서비스의 모든 장점을 감당할 수는 없다. DVD를 갈아끼우기 귀찮고, 한번 틀면 끝까지 봐야 한다. DVD를 모으기 시작하면 공간도 제법 차지하고 이사할 때 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자책단말기와 DVD플레이의 발견을 통해 온라인서비스와 범용기기가 전지전능하지 않고, 오프라인서비스와 전용기기의 틈새 시장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병현 기자 penman@chosunbiz.com

0 Comments

No comments!

There are no comments yet, but you can be first to comment this article.

Leave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