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짝퉁도 반값’ 두번 우는 갤럭시

유진우 기자

유진우 기자

지난 17일, 중국 옌타이(煙臺)시 부부가오(步步高) 쇼핑센터. 부부가오 쇼핑센터는 주로 ‘짝퉁’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지갑, 벨트 등 패션명품부터 골프채, 스마트폰까지 갖춰놓은 제품도 다양하다. 그 중 스마트폰이 늘어서 있는 한 매장을 찾았다.

마침 이날 중국에 발매된 ‘아이폰6’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실물을 본 적이 없어 얼마나 비슷한지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외관이나 마감은 그럴 듯 했다. 가격을 물었다.

“3000위안(약 51만원).”

왠만한 정품 스마트폰 값을 웃돌았다. 길 하나만 건너면 샤오미(小米) 최신제품 ‘MI4’가 정식 대리점에서 2000위안(약 34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더니 “특별히 2200위안(약 37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지문 인식 기능이 정품이랑 똑같이 작동하고, 화면 해상도 역시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선을 돌리니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모조품이 보였다. ‘어디서 이렇게 큼지막한 5.5인치 대형 화면을 구했지’ 싶을 정도로 겉모습이 말끔했다. 그러나 전원을 키니 조악한 해상도가 드러났다. 성능도 형편없었다. 후면 카메라는 500만화소에 불과했다. 1600만 화소인 정품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한참 갤럭시 노트4를 만지작 거리니 주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원래 1500위안(약 26만원)에 파는 제품인데, 1000위안(약 17만원)에 가져가라”고 했다. 아이폰6와 비교하면 갤럭시 노트4는 절반 값에 팔리는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업체 주력 제품 값이 어쩌다 이렇게 벌어졌을까. 주인은 “아이폰이 더 인기가 많으니까”라고 답했다.

중국 연태시 남부역 근처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장. 매장 전면에 갤럭시 노트4 발매를 선전하는 패널이 붙어있다. /사진=유진우 기자

▲ 중국 연태시 남부역 근처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장. 매장 전면에 갤럭시 노트4 발매를 선전하는 패널이 붙어있다. /사진=유진우 기자

정식 발매 첫날인 이날, 아이폰6·아이폰6 플러스는 중국 전역에서 하루 만에 2000만대가 예약됐다. 예년만큼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진 못했지만, 외국 유학생들과 고소득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는 평가다.

통역을 담당한 한 중국인 가이드는 “중국에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남들보다 먼저 아이폰6를 손에 넣으려고, 1차 발매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떠나는 원정쇼핑 붐이 일기도 했다”며 “원정을 갈 정도로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남들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중국인들이 짝퉁이라도 사고 싶어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갤럭시 노트4는 24일 기준 전 세계에서 450만대가 팔렸다. 아이폰6보다 3주 먼저 출시됐고, 집계 범위가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중국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10~20% 정도 낮출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곧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쌍벽을 이루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발을 뻗으려는 모양새다. 짝퉁 시장서 본 아이폰 반값에 팔리는 갤럭시노트는 그 신호탄으로 보였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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