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데이트 불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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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우 기자

노트북을 켤 때마다 업데이트 팝업창이 뜬다. 윈도부터 보안 패치, 백신 프로그램, 툴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많게는 하루에 대여섯개의 업데이트를 해야할 때도 있다. 가끔 번거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다. 그러나 이내 업데이트 버튼을 누른다. ‘업데이트를 하면 안전하겠지’ 싶어서다. 아마 다른 사용자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이런 믿음이 깨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업데이트 때문이다. 한달 전 MS가 내놓은 업데이트를 PC에 설치한 사용자 다수는 곤욕을 치렀다. 안전할 줄 알았던 윈도 업데이트에 오류가 발생해 PC가 켜지지 않거나, 심각한 ‘블루스크린’(시스템이 다운되면서 파란화면이 나타나는 증상)이 발생한 것. 전 세계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주로 윈도7 64비트 버전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MS는 뒤늦게 “해당 업데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거하고 관련 게시물을 수정·변경했다”는 형식적인 공지를 올렸다.

윈도우XP에 대한 기술지원이 종료된 2014년 4월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 안전행정부 사무실에 설치된 행정기관 윈도우XP 기술지원대응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조선DB

윈도우XP에 대한 기술지원이 종료된 2014년 4월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 안전행정부 사무실에 설치된 행정기관 윈도우XP 기술지원대응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조선DB

그렇다고 오명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MS는 그동안 “OS(운영체제) 업데이트만 제대로 해도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제 이 말은 신뢰를 잃었다. 일부 윈도 사용자들은 앞서 2012년에도 윈도7 ‘KB2685811 업데이트 당시 PC가 계속 리부팅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윈도 업데이트가 계속 나오니까 귀찮기도 하고, 이제 ‘뭐 때문에 이렇게 자주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MS는 내년 봄 차기 제품 ‘윈도 쓰레시홀드(Threshold)’를 내놓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이 제품은 5년 안팎의 주기를 두고 나왔던 이전 제품과 달리, 수시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가며 기능을 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업데이트에 익숙한 모바일 시대 이용자들을 사로잡으려는 포석이다. MS가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발을 넓힌 상황에서 과거처럼 긴 주기로 업데이트를 하다가는 자칫 뒤처진다는 느낌, 구식이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래리 디그넌 지디넷 편집장은 “차기 윈도는 지금보다 업데이트와 패치를 훨씬 자주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새 윈도가 성공하려면 먼저 이전 업데이트에 호되게 데인 사용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업데이트가 중심이 되는 새 윈도 발표를 앞두고, 심각한 업데이트 오류가 벌어진 걸 예삿일로 넘기긴 어렵다. 업데이트는 으레 해야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용자들에게 업데이트 불신시대가 오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진 않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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