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이경전 경희대 교수 “아마존 파이어폰 써봤더니”

필자는 하드웨어에 원래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메모리 용량·속도 이런 부분에 지식이나 관심이 없다. 카메라 해상도에도 관심이 없고, 화면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냐 아니냐 이런 부분에도 관심이나 지식이 없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는 관심이 있다. 따라서 필자가 처음 써보는 스마트폰 사용기는 물리적인 부분보다 비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경험으로 구성될 것이다.

아마존(Amazon)이 처음 출시하는 스마트폰 파이어폰(Fire Phone)을 구입했다. 구매시 아마존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를 신청해서 그런지, 배송된 상자를 뜯어 폰을 켰더니 내 아마존 계정이 이미 폰에 자동으로 세팅돼 있던 점이 신기했다. 또 하나 재밌던 점은 배송 상자가 마치 4*6배 판 책 포장처럼 돼 있어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 전화로 사용하기 위해서 산 게 아니라, 파이어폰 OS를 테스트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었므로 심(SIM)카드는 사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 폰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최신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지난 6월 미국 시애틀의 한 행사에서 공개했다.

세계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최신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지난 6월 미국 시애틀의 한 행사에서 공개했다.

이 폰을 사용하려면 제일 먼저 백버튼(Back Button·뒤로가기 버튼)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이폰은 백버튼이 없는 것이 디자인적인 부분에선 장점이지만, 사용자경험(UX) 면으로는 단점이다. 일반 안드로이드OS폰 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할 때 가장 불편한 것중의 하나가 백버튼이 없다는 점인데, 파이어폰에도 백버튼이 없다. 다만 파이어폰에는 백버튼 기능을 대신하는 스와이프(Swipe·밀어올리기)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 기능은 분명 아이폰이나 일반 안드로이드 폰보다 강력한 백버튼 기능이다.

설정버튼 역시 파이어폰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보다 더 쉽게 설정돼 있다. 폰을 시계 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살짝 기울이면 설정 화면이 나온다. 이 역시 꽤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파이어폰 화면에는 오른쪽 패널과 왼쪽 패널이라는 개념도 있다. 오른쪽 패널은 마치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의 느낌이다. 이를 열려면, 오른쪽 가장자리를 왼쪽으로 쓱 밀면(Swipe) 되고, 왼쪽 패널은 왼쪽 가장자리를 오른쪽으로 밀면 된다. 이 기능은 손가락을 이용하지 않고, 폰을 오른쪽 왼쪽으로 살짝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이 역시 꽤 유용하다.

제일 재밌는 점은 카메라 버튼이다. 왼쪽 측면 버튼 세개 중 위 두개는 볼륨 조절 버튼이고, 그 아래있는 버튼이 카메라 버튼이다. 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음악이나 영상·사진을 인식하는 기능 파이어플라이(Firefly)가 실행된다. 카페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는데 궁금하면 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검색이 된다. 친구네 집에 갔을 때 어떤 물건이 탐날 경우,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온라인 아마존 마켓에서 그 제품을 살 수도 있다.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사고 싶을 경우 이 버튼을 누르면 아마존으로 연결된다. 오프라인 서점은 책 구경만 시켜주고 실제 구매는 아마존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도서관에서도 이 기능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TV를 보다가 현재 나오는 동영상이 궁금하면 이 버튼을 누르고, 영상을 찍으면 된다. 그러면 파이어폰이 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식별해서 아마존 동영상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향후 NFC 태그나 블루투스 비컨으로부터 신호를 잡아내는 데에도 이 버튼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즉, 실제 세상의 어떤 물체나 콘텐츠를 사용자가 알고 싶어 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버튼이 파이어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점은 환영한다.

파이어폰에서 다른 특징을 꼽으라면 소위 다이나믹 퍼스펙티브(Dynamic Perspective)라는 기능을 고르겠다. 이 기능은 자이로스코프와 폰 앞면 네 모서리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한다고 알려졌다. 파이어폰에 탑재된 아마존 쇼핑앱을 열면 여성 드레스가 맨위에 나오는 데 이를 선택하면, 수십여명의 여인이 이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 이들은 내가 폰을 기울이면 한명씩 내 방향으로 다가온다. 다른 방식으로 기울이면 뒤로 간다. 다이나믹 퍼스펙티브 기능은 이런 데 쓰인다. 백화점에서 진열된 수십벌의 드레스를 손으로 스쳐지나면서 구경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패션쇼 화면을 앞으로 뒤로 돌리면서 브라우징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쇼핑을 하기엔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상당히 인상적인 기능이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이 다이나믹 퍼스펙티브 기능을 채용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의류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이 기능이 어떻게 사용되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미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선 파이어폰 전면에 네 개나 부착된 카메라가 항상 내 얼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꺼림칙하다. 특히 내가 옷을 벗고 있거나, 편하게 입고 있을 때는 쓰고 싶지 않다. 가능하다면, 이 전면 카메라 네 개에는 검정 테이프를 붙여서 쓰고 싶은 심정이고, 실제 그럴 예정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재미있는 기능들을 빼면, 파이어폰의 나머지 기능이나 사양은 평이하거나 불편하다. 우선 구글 친화적인 폰이 아니라 구글이 제공하는 앱이 전무하다. 미국 사람들 기준으로는 스냅챗이 없고,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카카오톡·라인·밴드같은 앱들이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음악 기본앱은 표시되는 제목 글자 수에 한계가 있어서 제목이 긴 클래식 곡들은 도저히 그 곡명을 제대로 표시할 수가 없다. 곡명의 텍스트가 흐르는 기능조차 지원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단점은 원하지 않을 때에도 갑작스럽게 상품을 추천하는 화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버튼을 잘못 누르면 구매 직전 화면이 바로 연결되니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iOS와 안드로이드만 성공할 가능성은 이미 희박해지고 있다. 애플 iOS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아닌 파이어 OS(안드로이드 변형 OS)의 등장은 앱개발자나 앱사업체에게는 또 하나의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무조건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를 하겠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OS가 아닌 모바일 웹을 통해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정말 OS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존 앱과 연동하는 구조로 서비스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파이어 OS·타이젠·윈도 OS 등 독립 OS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IT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준비해야 할 새 패러다임이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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