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짜리 포르노 사이트야”…텀블러 체험기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com 박정은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biz.com

미국 실리콘밸리가 초대형 인수합병 소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야후가 이달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로블로그인 ‘텀블러’를 11억달러(약 1조 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라도 수백억원을 주고 인수합병(M&A)하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그래도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10억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인수합병은 흔한 일은 아니다. 2002년 이베이의 페이팔 인수(15억 달러),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16억달러),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10억달러) 정도다.

도대체 텀블러는 어떤 블로그이길래 야후가 1조원 이상을 기꺼이 주고 매수에 나섰을까. 이번 인수합병 건은 지난해 7월 야후 CEO로 영입된 마리사 메이어가 추진한 첫 번째 빅딜(big deal·큰 거래)이다. 국내에선 텀블러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기 편한 서비스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

21일 텀블러 계정을 만들어 하루동안 체험해봤다. 듣던대로 수많은 이미지와 화려한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잠시 둘러봐도 낯뜨거운 사진을 올려놓은 블로그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텀블러 창립자 데이브 카프

① 나이는 절대 확인하지 않았지만…성인 콘텐츠 범람

텀블러 가입은 쉽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된다. 텀블러는 12세 이하는 가입할 수 없지만, 사용자가 나이를 임의로 입력할 수 있었다. 가입 과정에서 별다른 인증 절차는 없었다.

‘love’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사랑스런 새끼 호랑이 사진, 결혼반지, 연인들의 사진을 담은 블로그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문제는 하단의 다른 태그들. love 태그(#love) 옆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른 태그들도 붙어 있다. 이런 태그들을 따라가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끝없이 나타난다.

국내 한 텀블러 사용자는 “좀 심하게 말하면 야후가 1조원짜리 포르노 사이트를 구매한 것”이라고 귀띔했다.웹 전문 조사기관인 시밀러그룹(SimilarGroup)은 텀블러 상위 20만개 블로그의 11%가 성인 콘텐츠 전문 블로그일 것으로 추정했다.

포르노 수준의 콘텐츠가 범람했지만, 특별한 제재 장치는 발견하지 못했다. 13세로 가입해 다시 텀블러를 둘러봤는데도 성인용 콘텐츠가 그대로 노출됐다.

구글에서도 텀블러 이미지가 검색된다. 다만, 구글에선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성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텀블러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애플 앱 스토어에서 텀블러는 ‘17세 이상 이용 가능’, ‘상습·과격한 성적인 내용 또는 노출’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콘텐츠 등급은 ‘콘텐츠 수위-하’로 평가돼 있다.

▲ 성인용 콘텐츠를 수집하기 위해 개설된 텀블러 블로그/사진=텀블러

② 글보다 사진이 먼저…신기한 ‘움짤’ 많아

텀블러엔 긴 글을 쓰는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강아지 태그(#dog)를 따라가면 퍼그, 닥스훈트, 말티즈, 시츄 등 각종 강아지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주인들이 강아지를 품에 안은 사진도 많았다. 다만 사진에 글을 달아놓은 블로그는 별로 없었다. 하룻동안 여러 가지 키워드로 검색했지만, 장문의 글을 남긴 블로그는 2개뿐이었다. 텀블러는 글, 동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지만 사용자들은 사진과 이미지 중심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텀블러엔 gif파일로 만든 ‘움직이는 그림(무빙-픽쳐·moving picture)’도 많았다. 보통 한국에선 ‘움짤(움직이는 짤림방지 이미지)’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그림들이다. 텀블러에서 ‘gif’로 검색하면 흥미로운 움짤을 많이 볼 수 있다.

▲ 텀블러 이미지 구글 검색 결과

▲ 텀블러에 올라온 움짤/사진=텀블러

③ 팔로잉, 리블로깅하다보면 내 취향 블로거와 쉽게 만나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내 블로그로 손쉽게 퍼올 수도 있다. 텀블러는 이것을 ‘리블로깅(reblogging)’이라고 불렀다. 트위터의 ‘리트윗(retweet)’과도 비슷하다. 클릭 한번으로 리블로깅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블로그에서 나만의 콘텐츠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만들기 쉬웠다.

리블로깅을 하면 댓글 형태로 누가 퍼갔는지 기록됐다. 리블로깅한 이용자를 따라가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싸이월드의 일촌 파도타기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계속 연결됐다. 싸이월드가 지인(일촌)을 바탕으로 연결된다면 텀블러는 취향으로 연결되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④ 극도의 익명성…말로 소통하지 않아 ‘안티 블로그’란 평가도

텀블러 사용자들은 글도 길게 남기지 않지만, 서로 말도 잘 걸지 않는다. 콘텐츠를 펌질(리블로깅)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고맙다’ ‘잘 보고 갑니다’ 등 가벼운 인사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한 블로거가 올린 흑백 풍경 사진에는 댓글이 889개나 달렸다. 팔로워(follower·따라다니는 사람)가 많은 인기 블로그였다. 그러나 댓글 대부분 사진을 퍼가면 자동으로 남는 리블로깅 기록이었다.

텀블러의 특징으로 익명성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 칼럼니스트 아담 리프킨은 “보통 블로거는 널리 알려지고 독자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데 텀블러 블로거는 오히려 알려지기를 꺼리는, ‘안티 블로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⑤ 텀블러, 야후 키울까, 발목 잡을까? 의견 분분

텀블러의 성격이 매우 독특하다 보니, 야후의 텀블러 인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외신들은 텀블러 주 사용자층이 18세~25세의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중장년층이 많은 야후 서비스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텀블러 사용자 50% 이상이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야후에 고무적이다. 야후는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텀블러 가입자수는 올 3월 기준 1억1700만명에 달하고 매일 평균 신규 가입자가 12만명이 넘는다. 초당 900개의 포스트가 새롭게 올라온다.

문제는 넘쳐나는 성인 콘텐츠다. 브라이언 바이저 피보탈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광고주들의 ‘브랜드 안전(brand-safe)’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텀블러에 광고했다가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메이어 야후 CEO는 “개인화 기술을 이용해 콘텐츠 필터링을 잘 하면 된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사용자들은 사용자대로 텀블러가 야후의 통제를 받으면 텀블러 커뮤니티의 고유 특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이어 CEO는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후에도 두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면서 “텀블러의 독립성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텀블러 창업자인 카프 역시 “야후 인수로 텀블러가 변하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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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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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wongi 8월 24, 2015

    Person who always seeking newness
    Their interest in the development of many people.
    Interested in invention … in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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