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잘대 Part 4] ③졸업생 이지, 구글로 취직하다

Part 4. 대학생, 구글로 취직하다

ep 3. 졸업생 이지, 구글로 취직하다

#1 졸업식은 안한 졸업생 구직활동 시작

‘내가 정말 졸업을 한건가…?’

이지는 서류상 졸업생이 됐다. 조기졸업을 하다보니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된 이지는 졸업식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백수가 된 것이다. 이지는 백수생활이 길어지면 회사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때문에 초조했다. 하지만 이지는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조금 더 버텨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하반기 공채까지는 내가 일하고 싶은 홍보쪽 분야로만 입사지원을 해야지… 아직 내 나이 스물 넷인데 벌써 현실이라는 핑계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어ㅠ’

이지는 매일 취업사이트와 까페에 접속해 채용정보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홍보 전문업체와 대기업 홍보팀에만 지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이제 제법 찬바람이 부는 10월 말 어느날 밤. 이지는 평소처럼 집앞 까페에 앉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 이지씨, 오랜만이야… 이지씨 홍보쪽으로 취직하고 싶다고 했었지… 이제 마지막 학기인가? 어떻게 지냈어?”
반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작년에 인턴생활 간 홍보 업무를 친절히 알려줬던 김가연 대리였다.

“아~대리님 오랜만이에요. 제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하하. 저는 지난학기에 졸업하고 지금은 구직활동 중이에요ㅠ 취직이 역시 쉬운게 아니네요… 대리님은 잘 지내세요?”

“아 그래? 작년에 3학년 1학기까지밖에 안했다 그래서 졸업반이겠구나 했는데. 잘됐네! 지금 우리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제 인턴을 뽑고 있는데 지원해볼 생각 있어? 작년에 인턴들을 다 내보내고 대표님께서 엄청 후회하시더라고 하하”

오랜만에 전화를 건 김 대리님은 인사팀으로 이동하셨다며, 인턴사원을 뽑아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회사입장에서도 효율적일 것이라는 얘기까지 하셨다. 인턴기간은 6개월이고 채용 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인턴기간 종료 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얘기였다.

이지는 김가연 대리에게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즉각 조연기획에 다시 지원서를 냈다. 이지는 최종면접까지 올라가게 됐고 면접장에는 대표님과 인턴시절 같이 일했던 김승복 팀장님이 앉아 계셨다.

이지가 면접장으로 들어가자 팀장님이 대표님에게 귓속말을 하셨고 대표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지를 바라봤다. 몇 가지 날선 질문이 들어왔지만 이지는 차분하게 대답하고 면접을 마쳤다.

‘이지씨, 오늘 면접 정말 잘했어. 언젠가 같이 일하게 되길 바라~’
팀장님으로부터 문자 메시지였다. 이지는 아리송한 문자 메시지에 그저 감사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 후 합격자 발표일. 김가연 대리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이지씨~!! 축하해. 이제 같이 조연기획 밥 먹게됐네!! 대표님이 이지씨 칭찬을 그렇게 하더라! 출근 첫날 점심은 내가 살게~ 다시 한번 환영해~”

이지는 다시 조연기획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미 한번 경험한 일이라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다만 정규직 전환이 안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예전 인턴생활보다 언행을 조심하게 됐다.

 

#2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이지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6개월 인턴계약 기간 동안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초과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업무 세부적인 부분도 놓치기 싫어 꼼꼼하게 모든 업무를 챙겼다.

그렇게 두달정도가 흘렀을 때 회사 전체회의가 진행됐다. 다른 날과 달리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였다. 이번 행사는 회사가 매년 개최하는 대표적인 콘퍼런스이기 때문이다.

‘데모데이 2014 : 차세대 한국의 구글은 누구인가’ 가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였다.

조연기획은 주로 광고를 기획하는 회사지만 기업 홍보도 겸하고 있었다. 특히 대표님은 누구보다 스타트업에 열정을 가진 분이어서 매년 행사를 개최해왔다고 김 매니저가 말했다.

회의는 치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됐다. 국내외 업체 섭외 및 장소 섭외, 통역 담당 및 행사 세션 구성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동안 해온 건 일도 아니었구나…” 이지는 입이 쩍 벌어졌다. 행사의 압박과 부담이 팍팍 느껴졌다.

“자, 그럼 인턴들은 각자 해보고 싶은 파트 있나요?” 사업부 황 팀장님이 물었다.
“인턴들과는 제가 상의해서 부장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김매니저가 말했다.

인턴들은 저마다 희망하는 업무가 달랐다. 행사 구성부터 장소 섭외까지 저마다 전공에 따라 정했다. 이지는 처음부터 참가 기업을 섭외하고 싶었다. 뛰어난 영어실력은 아니지만 해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섭외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오케이, 그럼 이렇게 업무 배치 할게요.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래요. 여기선 여러분들은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각자 업무의 매니저니까요.” 김 매니저가 매니저라는 말을 강조했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론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일주일 후.

이지가 섭외할 기업이 선정됐다. 해외업체 5개, 국내업체 20개였다. 대신 VIP 초청은 홍보팀에서 맡아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인턴이 맡기엔 어설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지는 차례대로 미팅을 잡기 시작했다. 전화로 섭외하는 것보단 직접 만나서 하는 편이 설득하기 쉬울 것 같았다. 그렇게 점심, 저녁 약속을 하나씩 잡았다. 2주 동안 꼼짝 없이 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스펙트럼이 넓었다. 10년간 의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의료 스타트업을 차렸다는 의사 선생님부터 집밥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자취하는 공대 졸업생들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과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벤처회사의 차가운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이지는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열정, 의리 등 따듯한 마음을 한없이 받을 수 있었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해외업체라고 해도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만든 스타트업들이었다.

그들은 좀 더 자유로웠다. 자신들의 회사에 대해 서스럼 없이 털어 놓았고 마음이 맞으면 곧장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다. 영락없는 청년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렇게 2주가 흘렀을까.

이지는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50개 정도의 업체를 만났다. 직접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다른 업체 관계자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스무 개 정도의 업체를 섭외했지만 엄청난 뿌듯함을 느꼈다. 마치 공모전을 준비하던 것과 같은 열정과 보람이 솟아났다.

행사 당일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인턴들은 안내도 보고 행사장을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지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장 곳곳에 이지가 지난 2주간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네네, 이지씨. 반가워요. 완전 정신없으시겠어요. 수고해요~”
“네~감사합니다. 아! 오랜만이에요, 잘 찾아오셨네요~”

이지는 인사를 하느라 눈코뜰새도 없었다. 겨우겨우 업체 관계자들에게 각자 부스를 소개해주는 일을 마쳤다. 그리고 행사와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잠시 짬을 내서 쉴 수 있었다.

“휴, 힘들다. 이제 거의 끝나가네.” 이지는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러게요, 이지씨 정말 수고하셨어요 오늘. 이리저리 업체들 만나시느라 고생많았죠.” 옆에 있던 동기인 영진이가 말했다.
“아니에요~.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요?

 

#3 정규직 사원도

“따르르릉~따르르릉~”
휴대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진동으로 하는 걸 깜빡한 것이다.

“앗, 죄송합니다! 진동으로 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이지는 황급히 전화를 진동으로 바꿨지만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출 길이 없었다.

“괜찮아요. 이지씨~ 뭘 그리 당황해해요. 급한 전화 같은데 안 받아도 되겠어요? 받고 와요, 덕분에 우린 회의 잠심 멈추고 쉽시다~” 홍보팀 김승복 매니저님이 말했다.

“네, 그럼 얼른 받고 오겠습니다.”
다행이다. 택배 아저씨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지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혹한 마음에 쇼핑몰에서 파는 간장게장을 주문 한 적이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그만…” 이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이 정규직으로 출근한 첫 날이었다. 인턴 때보다 오히려 모든 것이 조심스웠다.

“에이, 괜찮아요. 이지씨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말아요. 아직 긴장하고 조심스러운 거 알지만 빨리 적응해요! 그래야 우리랑 재밌게 지내죠!” 김 매니저가 이지를 다독였다.
“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점심시간, 이지는 같은 부서 이 선배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광화문 거리. 언제나 그렇듯 차들은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직장인들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었다.

“이지야, 나 여기 근처에 맛있는 냉모밀 가게 아는 데 거기로 갈래? 너 냉모밀 좋아하니?”
“네! 저는 냉모밀 좋아해요! 날도 더운데 냉모밀 좋은 것 같아요! 선배 어서 가요~”

냉모밀 가게 앞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결국 자리가 났다.

“이모, 여기 냉모밀 시원하게 해서 두 그릇 주세요!” 이지가 외쳤다.
“아가씨, 냉모밀은 원래 시원하게 나와요 하하.”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익살스레 말했다.

냉모밀 두 그릇이 나왔다. 이지는 허겁지겁 먹었다. 제일 편안한 선배 앞이어서 그런지 민망한 것도 없었다. 그렇게 식후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둘은 덕수궁을 걸었다.

덕수궁은 언제나 그렇듯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동안 변한 건 인턴에서 정직원이 됐다는 것.

아직도 이지에겐 모든 게 흥분되고 설레는 긴장의 연속인 나날이다.

 

배효진·유인선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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