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잘대 Part 4] ①그동안 활용했던 구글, 이미 직장에서는 사용중

Part 4. 대학생, 구글로 취직하다

ep 1. 그동안 활용했던 구글, 이미 직장에서는 사용중

#1 인턴합격

그해 겨울, 이지는 기업체에 인턴을 지원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봄을 학교에서는 보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4학년 1학기에 인턴을 해서 경험을 쌓고 2학기에는 취업에 성공해 취업계를 내고 학교를 안다니는게 곧 성공이라고 불리는 시대가 아니던가. 아니 무조건 빠른 취업이 빠른 성공으로 굳어지는 시대다. 적어도 제도권 교육의 분류로는 그랬다.

주변에서는 이미 취업 성공을 무용담인 양 늘어놓고 있었다. SNS에 들어가면 친구들은 몇백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취업했다는 글을 자랑스럽게 올려두고 있었다. 이지는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작아졌다.

이지는 미래 앞에서 근본적인 질문에 빠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뭐지?”

서점의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간질간질한 자기계발서들은 이지를 좀 더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대학교수라던지 스님이라던지 나름 인생의 성찰을 얻어냈다는 분들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써냈다. 청춘(靑春)이라는 단어를 가진 대부분의 책들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지는 몇날며칠을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자 다시 준원선배를 찾았다. 준원선배는 이런 고민상담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익숙한 태도로 이지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줬다.

“책 같은 걸 읽어보니 진짜 하고싶은걸 해야할 것 같은데… 근데 내가 하고 싶어하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아요. 선배는 이런 고민 가져본적 없으세요?”
조용히 듣고있던 준원선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할까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해야할까?”
“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건 20대를 현혹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자기계발서를 믿지 마. 난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청춘에 사기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 좋아하는 일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어. 정말 좋아한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박차고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근데 잘하는 일은? 잘하는 일을 찾는게 더 어렵다고 봐. 잘하는 일은 내가 찾는 게 아니라 남이 내가 하는걸 보고 찾아주는 거니까.” 준원 선배가 물은 한잔 들이키고 이어서 말했다.

“인생이 길다고 하지만 청춘은 그렇게 길지 않아. 짧은 청춘은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보다는 네가 정말 잘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해봐야한다는 말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오히려 후자에 가깝지. 네가 어떤 일에 전문성을 갖춘다면 좋아하는 일을 고르는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질거야.”

사뭇 진지해진 준원선배의 말에 이지는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멍해진 이지에게 준원선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광고나 홍보 쪽으로 가고싶다고 옛날에 말했던 것 같은데… 진짜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만, 아직 그 생각에 변함없으면 그쪽 인턴에 지원해봐. 근데 업무에 적응 못해도 절대 주눅들지 마. 잘하는 일을 찾는걸 그렇게 쉽지 않을거야.”

다음 날 아침. 이지는 조용히 방에 앉아 앞으로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했다. 생각 정리가 끝난 후, 우선 깔끔하게 차려입고 이력서용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나섰다.

며칠 후. 이지는 생각보다 이력서 쓰기가 쉽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광고는 제품의 본질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
‘저는 인자하신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
‘!@#$%^&*()(*&^%$#@ ……’

이지는 모든 일을 다 내려놓고 이력서 쓰기에만 집중했다. 자꾸 써보니 글솜씨가 좋아지는게 느껴졌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품의 본질을 진정성 있게……’
‘항상 결핍이 있었기에 좀 더 날카롭게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

다시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이지는 익숙하지 않은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빛을 잃은 불나방처럼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이지는 무언가 열정이 샘솟는걸 느꼈다.

백 통 가까이 되는 이력서와 구두 밑창의 딱딱함에 익숙해질 무렵 이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조연기획 홍보팀]
조연기획 인턴 입사안내입니다.
-출근일자:  12월 27일 9시
-복장:정장
-위치:조연기획 사옥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2 천재들의 모임, 협업의 현장

‘조연기획 인턴 합격자 집합 장소’
이지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조연기획 사옥 집합장소에 헤메지 않고 도착했다. 안에는 정장을 입은 인턴 합격자들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처럼 어수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지 역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밖에 없던 그 곳에 앉았다.

교육시간이 되고 5분 정도가 더 지난 후에 앞문으로 편안한 복장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어색하게 앉아있던 사람들이 곧 자세를 바로 잡았다.

“안녕하세요. 인턴 여러분. 우선 인턴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의 인솔을 맡은 김가연 대리라고 합니다. 오늘 인턴 여러분들은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울 예정입니다.”

상당히 매섭게 생긴 여성이었다. 촌티나는 뿔테 안경에 각 잡힌 정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아,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않으셔도 되요. 비록 저희가 홍보회사지만 사내 문화에 있어서는 외국계 기업을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그래서 직급도 없고 서로 존칭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인턴분들의 경우는 저희에게 선배정도라고 가볍게 불러도 되구요. 너무 부담스럽게 얼어있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보통 광고, 홍보 회사의 경우는 선후배간의 엄격한 질서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오전 시간은 대부분 실내 강의장에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지를 포함한 인턴 5명은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었다.

오전 교육은 회사의 비전, 문화 등 회사에 관련한 교육이었다. 매니저가 주입식으로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가르치지는 않았다.
매니저는 인턴과 함께 동그랗게 둘러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마치 수다 떨듯이 나눴다.

이후 점심시간.

사내 식당은 아주 깔끔했다. 인테리어는 아늑한 카페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식당 전체에는 고소한 한식 냄새가 풍겼다.

‘꼬르륵~’
배가 많이 고팠다. 오전 내내 교육만 받다 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자, 여러분이 먹고 싶은대로 먹으면 됩니다. 아무 눈치 보지 않아도 되요. 여러분은 단순히 인턴이 아니라 우리 동료고 여기는 여러분의 회사니까요.” 그렇게 매니저는 인턴들을 식당에 안내해주고는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점심은 꿀맛이었다. 한식 외에도 일식, 중식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마음껏 먹었다.

오후 교육시간.
오후 교육은 업무에 관한 내용이었다.

“여러분들 대학교에서 레포트 제출할 때 어떻게 했나요?” 김 매니저가 물었다.
“음, 보통은 메일에 파일 첨부해서 제출하거나 직접 PC실에서 프린트하거나 한 것 같아요.” 이지가 답했다.
“네, 보통 그렇죠. 물론 제가 학교 다닐 때도 똑같았어요.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모든 업무에 구글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 혹시 지메일 아이디가 있거나 구글 제품을 사용해본 적 있는 사람?”

이지를 포함한 서너명만이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학교 동기들 중에 구글을 쓴 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네이버를 썼다.

“흠, 역시 거의 없을 줄 알았어요. 저희가 구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요? 간단합니다. 구글을 사용하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쉬워지고 게다가 업무 시간도 줄어들어요.” 김 매니저가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인턴들에게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이 없냐고 물었다.
인턴들은 저마다 사무실을 유심히 살폈지만 딱히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눈치채기 어려울 거에요. 잘 보세요. 프린터가 안보이죠? 그리고 각자 자리도 정해져있지 않을 거에요.”
정말 그랬다. 프린터가 없었고, 사원들은 저마다 편한 자리에서 노트북을 하나씩 들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런거죠?” 이지가 물었다.
“협업이랍니다. 구글 제품을 사용하면 말단 직원에서 간부까지 올라가는 보고행태가 전혀 필요하지 않답니다. 그저 문서를 만들어 이메일에 공유만하면 실시간 수정이 가능하죠. 그래서 굳이 프린터를 할 필요도 없어요. 게다가 USB도 필요없죠. 지메일 계정만 가지고 있으면 어떤 컴퓨터를 사용해도 자기 업무를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거든요.”

인턴들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자신들도 뭔가 혁신적인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3 인턴 수료

그렇게 이지의 인턴생활은 시작됐다. 매일 아침 출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도 어느새 적응됐다. 날은 무더웠지만 회사는 언제나 시원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업무를 배웠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배워나갔다. 학교에서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던 것들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해보여야 했고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완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필요했다.

가끔 회사에 너무 익숙해질때면 이지는 자발적으로 업무를 만들어서 하기도 했다. ‘인턴도 직원’이라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었다. 선배들은 자신들의 직속 후배인 것처럼 인턴들을 대했다.

거래처 관계자와 식사를 하거나, 미팅을 하는 자리에도 데려갔다. 그리고 이따금씩은 제시한 목표 이상의 성과를 바라기도 했다. 물론 인턴들에겐 쉽지 않았지만 채찍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3달이 지났고 어느새 한 여름과 월드컵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지의 수료날도 점차 가까워졌다.

“하아, 어떻게 하지. 학교로 돌아가서 남은 한 학기를 마쳐야 졸업이긴한데, 너무 가기가 싫네. 괜히 직장 다니는 맛만 좀 봐가지고 이런 꼴이라니…”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이지는 학교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다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오히려 직장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게 훨씬 재밌고 보람 있었다.

“으아, 수료하기 싫다. 정말.”

며칠 뒤, 수료날.
수료하는 날이라고 해서 딱히 수료증을 건네거나 하지 않았다.

“에이, 그런 거 좀 촌스럽잖아. 수료했다는 인증서를 꼭 받아야 되는 것도 별로지 않아? 우린 그저 네가 여기서 열심히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수료증을 받는 다고 그게 네 이력서 한 줄이 되는 건 아니니까.” 김 매니저가 말했다.

이지도 공감했다. 처음에는 이력서의 한 줄이 간절하기도 했지만, 일을 배우고 해 나갈수록 그건 중요치 않았다. 회사를 통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더욱 중요했다. 그들은 언제나 이지에게 쓴 소리와 좋은 소리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수료 기념으로 오늘 저희 맛있는 거 사주실 거죠?” 이지가 물었다.
“오, 그래요 이지씨. 마침 여기 근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맛집이 꽤나 있다던데, 우리 거기로 갈까요?” 김 매니저가 제안했다.
“네! 좋아요!” 이지를 비롯한 인턴들이 크게 외쳤다. 시원하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인턴 수료 뒤풀이는 한국의 월드컵 조별예선 첫경기와 함께 끝이 났다.

 

배효진·송두환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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