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잘대 Part 3] ②교환학생과 해외여행, 이미 외국에서는 다되는 구글

Part3. 대학생, 구글로 세상과 통하다

ep2. 교환학생과 해외여행, 이미 외국에서는 다되는 구글

# 1 우연히 좋은 기회

영화제가 종료되고 나니 무력감이 찾아왔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몰랐는데 휴학을 하고 나니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지에겐 그랬다. 토익 학원, 집이 일상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뚜뚜뚜…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불라불라~~.’
“뭐지? 이거 국제 전화인가?” 이지는 당황스러웠다.

“안녕, 이지! 나 기억해? 그때 영화제에서 같이 일했던 스트라스야. 잘 지냈어?”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스트라스는 영화제에서 스태프를 할 때 같이 일했던 이태리계 미국인 자원봉사자였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으로 가장 기억에 남던 아이였다. 게다가 붙임성도 좋고 한국 문화에도 금방 적응해서 자원봉사 기간 내내 술자리를 할 정도였다.

“아! 스티! 잘지냈어? 완전 보고싶다ㅜㅜ!! 나야 자봉 끝나고 매일 지루한 일상이지 ㅜㅜ. 스티는 어때?”

“저런! 이지 심심하겠다. 나는 재밌게 지내지, 여행도 다니고. 맞다, 나 이지한테 알려줄 게 있어서 전화했어. 이번에 우리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한국 쪽 교환학생을 뽑는다나봐. 근데 그게 한국 대학이 아니라 우리 대학으로 직접 지원해야 한데. 그래서 이지가 관심있을 것 같아서 지원하면 좋을 것 같아. 내가 알기론 무료 기숙사에 생활비까지 제공해주는 거 같아. 내가 메일로 관련 링크 보내줄 테니까 집에 가서 한번 봐~” 스트라스가 말했다.

“와, 정말? 나야 완전 좋지. 좋은 정보 땡큐! 나도 집에 가서 한번 알아볼게. 우리 스티 다시 볼 수 있었음 좋겠네! 참, 이거 국제전화잖아!!;;; 이따 내가 행아웃 켤게. 그때 봐!”

 

#2 어렵게 합격

교환 학생 발표날이 다가왔다. 이지는 정말 공들여 서류를 준비했다. 지도교수님께 직접 영어 자소서 첨삭을 여러번 받았고, 취업한 선배들에게 전광에 관련한 조언도 많이 얻었다. 물론 스트라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스트라스는 자신의 일인 마냥 발로 뛰며 이지에게 도움이 될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줬다. 그렇게 이지는 한달 간 최선을 다해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발표날은 한국시간으로 오후1시였다. 그런데 5시가 되도록 이지에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10시간. 오후 11시, 이지는 기대를 접고 침대에 누웠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뭐지? 이 시간에 연락 올 사람 없을 건데?” 이지는 의아해하며 폰을 켰다.

지메일로 메일이 온 것이다. 발신자는 샌디에이고 대학.
제목은 [Congraturation~~]. 합격 메일이었다. 현지 사정이 생겨 메일 발송이 늦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지는 곧장 행아웃 앱을 켰다. 스트라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뚜뚜뚜뚜…’ 10초 정도 지났을까.
화면이 켜졌고, 스트라스가 받았다.

“헤이, 이지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설마 교환학생 떨어져서 아직도 힘든 거야?” 스트라스가 걱정스레 물었다.
“스티! 나 교환학생 뽑혔어! 뽑혔다니까! 메일이 늦게 온 거라고. 나 이제 미국 갈 수 있어!” 이지가 소리쳤다.
“와우, 정말?? 베리 나이스 이지! 난 너가 뽑힐 줄 알았어! 축하해!” 스티도 같이 기뻐했다.

새벽에 받은 기분좋은 소식에 이지는 잠이 오질 않았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온 뒤 혼자 소박한 축하파티를 하고난 후 깊은 새벽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

 

#3. 아직도 네이버 쓰니?

어느덧 교환학생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매일 같이 먹는 빵과 햄, 옥수수 등 미국식 식단은 지겨웠지만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했다. 한국처럼 대충 수업만 듣고 주입식으로 보는 벼락치기는 통하지 않았다.

매일 강의에 열심히 참여해서 토론을 했고 레포트를 제출했다. 중심부는 아니었지만 시간을 조금만 들이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로 갈수도 있는 거리여서 이지는 만족했다.

이지는 미국에 온 뒤로 네이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오로지 구글만 썼다. 학교나 사람들 대부분이 구글을 사용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구글을 생활화하다 보니 그동안 써오던 네이버가 너무 구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구글 독스로 문서를 만들고 팀원들과 공유해 레포트를 제출했다. 그리고 교수는 그 문서에서 댓글을 통해 추가할 사항들을 알려줬다. 이따금 교수님들이 개인사정으로 강의를 못할 경우에는 자신의 구글캘린더를 전체 학생들에게 공유해 휴강 사실을 알려주기도 했다. 한국처럼 굳이 과 사무실에까지 가서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래도 전화비가 비싸다 보니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구글 계정의 행아웃 화상통화 서비스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이지는 까먹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기숙사에 놓고 주변 도시로 놀러 나왔다. 마침 그날은 학과 사무실에서 중요한 메일을 보내주기로 한 날이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이지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크롬북을 사용하는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제가 오늘 중요한 메일을 받아야 하는데 실수로 스마트폰, 노트북을 놓고 나왔어요. 그래서 죄송한데 노트북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네? 노트북이요? 흠, 별로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죠? 그럼 괜찮아요. 여기 있어요.” 그 사람은 흔쾌히 빌려줬다.

확인했더니 메일과 함께 첨부파일이 있었다. 이지는 곧장 첨부파일을 열어 업무를 마치고는 다시 학과 사무실로 답장을 보냈다. 구글이 있었기에 망정이었다. 구글이 아니라면 첨부파일을 다시 다운받아서 수정하고, 또 다시 새로운 메일로 학과 사무실에 보내야했다. 그리고 구글 계정이 없었다면 그 남자도 보안 문제를 들먹이며 빌려주지 않을 일이었다.

 

#4. 샌프란시스코 여행

겨울방학이 다가올 즈음. 이지와 스트라스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 4명이 카페에 앉아 회의를 했다. 주제는 겨울방학 여행이다. 워낙 땅 덩어리가 넓은 미국이다보니 가고 싶은 곳도 가봐야 할 곳도 많았다. 한 곳을 꼽기란 정말 학점이 짜기로 유명한 웬디 교수님 수업에서 A+를 받는 것만큼 어려웠다.

이들이 뽑은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시애틀, 애틀랜타 네 곳이었다. 네 도시 모두 유명한 도시였고 명물도 많았다. 이때 이지가 한국식 사다리타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한국식 사다리 타기가 뭐야? 나이 순대로 뽑는 거야?” 스트라스가 물었다.
“하하. 아니, 일단 인원수에 맞게 직선을 그려놓고 각자가 마음껏 사다리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순서를 결정하면 되는 거지. 괜찮지 않아?” 이지가 말했다.
“와우, 그거 재밌겠는데. 잔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유리하겠구만! 나는 찬성!” 동갑내기 멕시코 유학생 로하스는 찬성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리마도 찬성했다.

“자! 그럼 사다리 타기 만든다!” 이지가 노트를 한 장 찢어 슥삭슥삭 사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사다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위, 바위, 보!” 순서는 이지, 스트라스, 로하스, 리마 순서였다.

왕에 걸린 사람이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우선 이지는 꽝이었다. 로하스가 만든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다음은 스트라스. 스트라스가 왕에 걸렸다

“그래도 아직 더 나올 수 있으니까 우리까지 계속해봐야지!” 로하스가 외쳤다.
로하스 차례. 로하스는 자신이 그려놓은 곡선 함정에 빠져 꽝에 당첨됐다.
리마 역시 마찬가지로 꽝.

결국 스트라스가 목적지를 정하게 됐다.
“음, 우리 샌프란시스코로 가자. 마침 그때쯤에 LA다저스랑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 경기도 하니까 야구도 보고 팔로알토도 한번 가보고 좋지?”
“음, 그래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나머지 셋은 모두 동의했다.

 

#5. 6박7일 여행

넷은 여행 경비를 최대한 아껴보기로 했다. 그래서 각종 공유 서비스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숙박이 문제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숙박비는 너무 비쌌다. 시설이 좋지 않은 숙박업소도 1박에 200달러 이상의 요금을 요구했다.

넷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박을 하기로 했다. 에어비엔비에 나온 집들은 가격도 저렴했고 매력적인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평균 숙박비도 하루에 60~70달러 정도였다. 이동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버도 이용해보고 싶었지만 우버는 기본요금이 비싸 이들이 부담하기엔 쉽지 않은 가격이었다.

여행 당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넷은 찝찝한 공기를 반기며 공항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피켓을 들고 넷을 반기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예약한 숙소의 주인이었다. 에어비엔비의 장점이 발휘된 순간이다.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주인과 친하게 지내면 이런저런 부가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한 숙소의 주인은 캐즈미어다. 캐즈미어는 회갈색 눈에 진한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매력적인 남성이다. 나이는 40대 중후반이었는데 딱 벌어진 어깨와 멋진 미소가 호감이 가는 인상을 만들어냈다.

“안녕! 숙소 예약하신 분 맞죠? 저는 캐즈미어라고 해요. 일주일 동안 잘 지내봐요. 오늘 깨끗이 정리해서 숙소는 만족스러울 거에요.” 캐즈미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넷은 캐즈미어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3층짜리 주택이었다. 잘 가꿔진 앞 마당에는 수영장과 BBQ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넷은 짐을 풀자마자 명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세계 최악의 감옥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다. 명성대로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알카트라즈는 영화 엑스맨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금문교.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꼭 들러야 한다는 곳이었다. 2.7km나 되는 붉은 철제 구조물 위를 자전거로 건너 피셔맨즈 워프로 향했다. 피셔맨즈 워프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독특한 상점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던저네스 크랩이 가장 유명했다.

마지막은 역시 대망의 AT&T 파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었다. 넷은 정말 어렵게 표를 구했다. 그것도 포수에 가까운 자리로. 그 이유는 당연했다. 그날은 LA 다저스가 AT&T 파크로 원정경기를 오는 날이었고 그날 선발투수는 류현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10분 전.
넷은 맥주, 핫도그, 타코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사들고 앉았다. 그때 류현진이 나타났다.
엄청난 덩치에 퉁퉁한 얼굴. 영락없이 ‘류뚱’이라 불릴만 한 외모였다.
먼 타지의 이국땅이어서 그런지 이지는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과 애국심이 불끈 솟아났다.

경기가 시작됐다. 이지는 누구보다 초 집중해서 경기를 관람했다. 뭔가 찜찜하고 아쉬운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뭐지, 되게 아쉬운데 뭐 때문이지?”
“아…치어리더가 없구나..ㅜ.ㅜ”

시설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더군다나 한국인 투수가 경기를 치르고 있었지만 아쉬운 점은 한국과 달리 치어리더가 없다는 것. 이지는 삑삑거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내들의 굵은 응원 목소리가 가득한 사직 구장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아쉬울 대로 경기를 즐겼다. 경기가 끝나고 넷은 우버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캐즈와 함께 BBQ 파티를 하며 마지막 날의 밤을 불태웠다.

 

배효진·윤태현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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