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잘대 Part1] ③ 이지, 구글을 통해 첫사랑에 빠지다

Part 1. 대학생, 구글을 만나다

ep3. 이지, 구글을 통해 첫사랑에 빠지다

#1. 스무살 이지, 첫 소개팅에 나가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정적이 흐른다. 서로 얼굴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시간이 자꾸만 흘렀다. 시계 초침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첫 소개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소개팅이 이렇게 불편한 자리일 줄은 몰랐다.

“영화 볼래요?”
“아뇨.”
또 정적이 감싼다.

“미인이시네요.”
“감사해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뇨”
“밥이나 먹으러 가죠.”
“네…”

소개팅을 한 남자는 이지보다 두 살 많은 공대생이었다. 첫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숫기도 없고 분위기 리드도 제대로 못하는 현민에게 이지는 호감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현민은 이지의 첫 남자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현민은 이지에게 구글을 활용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내였다.

#2. 휴대폰 침수

서로 말주변이 없는 건지 아니면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대화는 끊기고 어색함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때 맞춰 이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소개팅을 주선해준 절친 슬기였다. 슬기의 연락은 언제나 반가웠지만 지금만큼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죄송해요.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이지는 전화를 받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이지, 소개팅 잘하고 있어? 그 오빠 괜찮지 않아? 우리 교회에서 제일 인기 많은 오빠야.”
“음…슬기야…훈남에 키도 크고 착한 사람 같기는 한데… 너무 말이 없어. 한 시간째 입 다물고 있었더니 입에서 단내 나겠다. 날 맘에 안 들어 하는 건지 내가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그 오빠가 조금 내성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 텐데? 흠 왜 그러지… 많이 불편해? 미안해”

이지는 불현듯 이 불편한 자리를 모면할 방법을 생각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속이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것보다 죄책감을 견디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아니야! 슬기야. 미안한데 10분만 있다가 꼭 전화 좀 다시 해줘.”
“어. 그래. 무슨 일 있어? 알았어. 10분 뒤에 전화할게~”

이지는 그 사이 화장실에 서서 휴대폰 전화번호부에서 슬기의 이름을 변경하고 있었다. ‘박슬기에서 엄마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 완료’ 이지는 10분 뒤에 엄마에게 급한 전화가 온 것처럼 꾸미고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한 것이다.

‘슬기하고 저 남자한테는 미안하지만 인연이 될 사람 같았으면 말이 통했겠지’라고 스스로를 속이려는 순간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대참사였다.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은 휴대폰을 변기에 빠트리고 말았다.

‘슬기는 거짓말을 하려고 해서 벌 받은 건가ㅜㅜ’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건졌다.

# 3. 위기의 상황에서 현민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되다.

슬기가 사색이 되어 돌아오자 현민이 왜 그러시냐 물었다.

“아… 저 폰이 물에 빠졌어요…새로 산 지 얼마 안된 스마트폰인데…”
“저런…혹시 이지씨 스마트폰 OS가 안드로이드인가요?”
“OS가 뭐에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아. 죄송해요. 스마트폰 기종이 어떤거에요?”
“아! 갤럭시 S 3에요. 기종은 왜 물어보세요?”
이지는 스마트폰이 물에 빠졌다는데 이상한 걸 물어보는 현민을 보며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아, 제가 침수된 폰을 살리거나 할 수는 없지만 전화번호부나 캘린더 같은 부분은 일부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혹시 휴대폰 보험은 드셨나요? 동기화는 하셨어요?”
이지는 이 남자가 공대생이긴 하구나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가입하면서 분실·파손 보험에 가입했어요. 동기화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처음에 휴대폰 사용하면서 구글 아이디 만들고 뭔지 몰라서 눌렀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근데 동기화라는게 뭐죠?”

“아. 쉽게 얘기하면 구글 웹사이트에 이지씨 휴대폰에 있는 정보들을 복사해두는 기능이에요. 그래서 컴퓨터에서도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고 나중에 휴대폰이 바뀌어도 전화번호나 사진, 일정 등 정보들을 다시 옮겨서 사용할 수 있죠.” 현민은 숨을 한 번 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일단 제 노트북으로 바로 분실신고를 하고 새 휴대폰을 신청해요. 뭐 일부 돈은 내겠지만 침수폰을 고쳐서 사용하면 계속해서 기계적 오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분실보험으로 새 기기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거에요. 그리고 새 기기가 나오면 제가 옮길 수 있는 정보 최대한 옮겨드릴게요. 여기 제 전화번호요.”

‘뭐야… 이사람 말 잘하네…?’ 이지는 현민이 제안하는데로 분실 보험 신청을 했고 2주 정도 뒤에 새 휴대폰이 나오면 다시 현민을 만나기로 했다.

“현민씨. 고마워요. 현민씨 아니었으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불편하게 지냈을 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뭘요. 제가 직접 해드린 건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냥 다음에 커피나 한 잔 해요~”

이지는 처음 만난 현민에게 큰 도움을 받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이지는 ‘혹시 이 남자… 에프터 신청한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 4. 이지 현민에게 빠져들다

“야, 김이지!! 너 어떻게 된 일이야? 전화하라더니 전화는 꺼져있고. 그 오빠는 어떻게 됐어?” 슬기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물었다.
“숨 좀 쉬면서 얘기해 하하. 별 일 없었어. 근데 처음보다는 좋은 느낌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좋은 느낌이라니. 어제는 완전 답답하다며.” 슬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 그게 말야…” 이지가 슬기에게 스마트폰을 변기에 빠트린 일부터 현민이 도와준 것까지 얘기를 풀었다.
“대애박…겨우 그거에? 너 은근 푼수끼있네. 그래서 다시 만나볼 생각은 있는거야?”
“음…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말을 잘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만나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야 너도 좀 체면이 살지 ㅋ” 이지가 말했다.

“그래 그래ㅋ. 고마워. 그래도 나쁘게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오빠도 참 처음부터 말 좀 잘하지. 왜 그렇게 꼰대처럼 그러고 있었데.” 슬기는 안도한 모습이었다.

이지는 현민이 일러준대로 통신사 임대폰을 개통해 사용하고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정신없이 레포트와 시험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지는 틈틈히 현민을 생각했다.

“왜 이러지, 몇 번 봤다고 벌써 이렇게 보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해. 톡이라도 보내봐야 겠다.”
이지에겐 당시 현민의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현민 씨, 안녕하세요. 저 김이지에요. 그때 소개팅했던.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그때 말한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지는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어째…보낼까? 말까? 너무 빨리 보내는 거 아닐까? 괜히 쉬운 여자처럼 보이면 어떡하지…그러긴 싫은데.’ 이지는 망설였다. 보고 싶었지만 자신이 먼저 보내기는 싫었다. 한편으론 먼저 연락이 없는 현민이 야속하기도 했다. 이지는 그렇게 고민하다 잠들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금요일, 통신사에서 전화가 왔다. 보험 보상이 완료됐으니 휴대폰을 찾아가라고 했다. 스마트폰을 받아 설정도 할 겸 근처 카페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갑자기 화가 났다.

‘OS니 동기화니 도와주겠다던 사람이 왜 연락도 없는거야…나 정말 까인건가…’

이지는 현민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새 휴대폰이 왔다고 도움이 필요한데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적었다. 다시 보낼까 말까 고민에 빠졌지만 이번에는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에잇. 그냥 보내자. 어차피 보게 될 거 누가 보내든 뭔 상관이야.’

1시간 후. 이지가 보낸 메시지 옆 숫자 1은 그대로 있다.
2시간 후. 학교에서 집에 오는 동안에도 숫자 1은 그대로 있다.
3시간 후. 집에 왔다. 씻지도 않고 스마트폰 화면만 보고 있다.

“하아…관둬야겠다. 도대체 뭘 하길래 3시간이나 안 볼 수 있지?” 라고 말하는 순간 1이 사라졌다.
“봐…봤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 이지씨 정말 죄송해요. 실습에 팀플하느라 스마트폰 쳐다볼 시간도 없었어요…너무 죄송해요.ㅜㅜ. 내일 시간 괜찮아요! 제가 갈게요. 우리 5시 정도에 봐요.’ 현민이 보낸 메시지였다.

‘헤헤…드디어 왔다! 좀 빨리 보내란 말야!!…바보. 나도 뜸 좀 들이다 보내야지.’ 이지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2시간이 흘렀을까. 이지의 스마트폰은 조용했다. 현민은 뭐하느냐, 답이 왜 이렇게 늦냐는 등 메시지 하나 보내지 않았다.
‘에휴. 뭐 오늘은 바쁜 날인가 보지. 그냥 알았다고만 답해야겠다.’ 이지는 조금 속상했지만 답장을 보냈다.

‘네, 알겠어요. 내일 지난번에 봤던 카페에서 봐요.’

# 5. 잊을 수 없는 하루

‘일단 휴대폰을 핑계로 만나긴 했지만 내일은 무슨 얘길하지..? 말수가 많은 사람은 아닌것 같던데…’
이지는 메시지를 보낸 후에도 몇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이지는 약속시간에 맞춰서 현민과 처음만난 까페로 갔다. 마로니에 공원 주변 까페였다. 햇살도 밝고 바람도 기분좋게 불어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지씨, 여기에요.”
까페로 들어서자 구석진 자리에 현민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환히 웃는 모습을 보니 왜 슬기가 교회 최고 훈남오빠라고 소개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현민은 자신의 노트북을 통해 이지의 휴대폰 동기화를 실행해줬다.
“이지씨 최근 동기화가 지난 6월이네요. 사진은 동기화가 안 돼 있는데 캘린더하고 전화번호부는 동기화가 되어 있어요. 그 이후에 저장한 자료는 못살렸지만 그 이전 자료는 그대로 이 휴대폰에 들어갔습니다. 하하.”

현민은 차근차근 동기화를 하는 방법과 다른 구글 기능에 대해 설명해줬다. 하지만 이지는 그 설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현민이 설명하면서 몸을 움직일 때 스치는 옷깃과 숨소리에 온 신경이 집중됐다. 이지는 심장 뛰는 소리가 현민에게 들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숨이 막혔지만 숨을 크게 내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까페에서 휴대폰 동기화를 마치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첫 만남과는 달리 현민은 취미와 사는 곳을 물으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지씨 혹시 술 드실 줄 아세요? 저녁시간인데 괜찮으시면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실까요?”
현민이 갑자기 저녁식사 제안을 했다. 이지는 약간의 내숭을 떨며 “술은 잘 안마시는데… 그래요. 같이 저녁 먹죠”라고 답했다.

이지와 현민은 근처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나눠 마시며 저녁식사를 했다. 대화가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레 술이 들어갔고 각일병을 비웠다.

“맥주한잔 더 안하실래요? 감사의 의미로 맥주는 제가 살게요!”
알딸딸한 취기가 올랐지만 시간은 저녁 9시가 채 되지 않았다. 이지는 오늘 이대로 헤어지면 또 당분간 이 남자가 연락이 없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맥주한잔 더하자고 제안했다.

“이지씨만 좋으면 저야 콜이죠. 안그래도 지금 지하철타면 사람 많을까봐 걱정하고 있었어요ㅎ”

이지와 현민은 펍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화를 나눴다. 취기가 오르니 더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현민씨 처음 봤을 때는 말수가 적어서 잘 몰랐는데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사실, 지난 주말에 교회가서 슬기한테 많이 혼났어요. 그 전날 팀프로젝트 발표 때문에 밤을 새서 컨디션이 좀 안좋아서… 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런데 먼저 연락 한 번 없으셨어요? 전 저한테 관심없으신 줄 알고 도움 청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이지가 용기를 내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현민을 애둘러 탓했다.

“죄송해요. 사실 저는 호감이 있었는데 슬기한테 그날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았다는 얘기 들으니까 용기가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메시지 받고 엄청 설레였어요ㅎ 이지씨도 첫날엔 조금 차가워보였는데 오늘 얘기해보니 밝고 좋으신 분 같아요 하하.”

#6. 이지의 첫사랑

이렇게 이지는 첫사랑을 시작했다. 둘은 방학을 맞아 서울 순성과 명소를 찾아다니며 매일같이 데이트를 했다. 날마다 업데이트되는 둘의 데이트에 슬기와 친구들은 SNS에 부러움을 표하면서도 시샘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00일이 됐다. 100일 기념일에 현민은 충격적인 말을 했다. 현민은 ROTC나 학사장교를 하려고 군대를 미뤄두고 있었지만 계획이 바뀌어서 2학기가 끝나고 군대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지는 현민을 기다리겠노라 답하고 상병으로 진급할때까지 1년 가까이 고무신 생활을 했지만 결국 몸이 멀어지다보니 마음도 멀어졌다. 결국 이지의 첫사랑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이지는 공대생 현민과의 연애를 계기로 컴맹 수준이던 IT 활용능력을 평균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유인선·윤태현 인턴기자 techchosun@chosun.com

Powered by Tech Chosun

0 Comments

No comments!

There are no comments yet, but you can be first to comment this article.

Leave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